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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랑말 멸종위기|경제성 낮고 사역가치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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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제주=엄주혁·이창성기자】한라산기슭에 방목되는 제주조랑말(토종마)이 점점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있다. 해방전까지만도 2만필이 넘었던 조랑말은 80년말 현재 2천6백필.
5년 전인 76년의 5천3백9필에 비해서는 2배, 15년 전인 66년의 1만9천6백36필보다는 7.5배가 줄었다.
조랑말이 이처럼 줄어드는 것은 경제성이 낮고 사역마(사역마)로서의 가치가 적은데다 매년 1천∼1천5백마리 정도가 관광용으로 타지로 반출되거나 일본에서 사료용으로 구입하기 때문이다.
현재 조랑말사육의 마지막 명맥을 잇고있는 곳은 북제주군구좌읍하도리 신마을.
1백15가구 주민 5백80여명이 2백20필을 사육하고있다.
일제 때에는 이 마을의 토종말이 1천필을 넘었고 마주도 10여명이나 됐으나 해방직후 「4·3폭동사건」과 7O년대 농업기계화, 방목지의 투기 때문에 조랑말사육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주민들의 설명이다.
「4·3폭동」직후 50필 정도였던 조랑말은 10년만에 다시 5백여필로 늘었다.
비포장도로에서 적당한 교통수단이 없었고 밭농사에는 필수적이었기 때문.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는 파종 때 밭 밟기에 조랑말을 이용했다.
뿌린 씨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말발굽으로 밟아주는데 70년대초 조랑말1마리의 대여료만도 5백원으로 하루 2만∼3만원 벌이는 거뜬했다고 마주 양도태씨(53)는 말했다. 그러나 마을 앞으로 폭4m 의 국도가 포장되면서 말달구지의 이용도가 크게 줄었고 밭농사 대여업도 경운기보급으로 인기를 잃었다.
또 방목적지인 중산간(중산간)지역의 유휴지가 60여명의 지주손에 넘어가자 말을 먹이려면 마을에서 10㎞나 떨어진 고지대나 해변가 5백평 정도의 초지에 방목하는 실정에 이르렀다.
10여년전만 해도 동지(동지)가 지나면 마군(마군)을 몰아 중산간지대에 방목해 두었다가 음력2월이 되면 해안마을로 내려오는 것이 이 마을의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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