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인이라면 148㎞ 강속구 … 세계가 놀란 '류현진 키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김동혁·윤준혁·한상훈·신동완·권규현(사진 오른쪽부터) 선수가 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 라마데구장에서 열린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 [AP=뉴시스, 로이터=뉴스1]
우승을 확정한 투수 최해찬(사진 왼쪽)은 동료들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과 미국 프로야구 류현진의 활약을 보며 세계 무대를 꿈꾼 한국 리틀야구 선수들은 1985년 이후 29년 만에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AP=뉴시스, 로이터=뉴스1]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이 3-1로 앞선 5회 초 신동완이 솔로홈런을 때렸다. 기세등등하게 다이아몬드를 돈 신동완은 프로야구 한화의 펠릭스 피에(29·도미니카공화국)처럼 3루 코치와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소년들은 홈플레이트로 몰려가 신동완과 함께 육상스타 우사인 볼트(28·자메이카)의 번개 세리머니를 함께했다.

 만 12세, 어리지만 강한 소년들은 신나게 야구를 즐겼다. 박종욱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야구 종주국 미국에서 열린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세계리틀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시카고 지역 대표팀 재키 로빈슨 웨스트(JRW)를 8-4로 꺾고 우승했다. 국제그룹 경기에서 일본을 두 차례나 꺾고 미국그룹과의 최종 결승에서도 승리한 한국 리틀야구는 1984, 85년 대회 2연패에 이어 29년 만에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를 중계한 허구연 해설위원은 “우리 선수들이 파워에서 미국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공격적 주루 등 한국 야구만의 개성이 더해지면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딜레이드 스틸(delayed steal·포수가 공을 잡고 방심하는 사이 시도하는 도루) 등 고급 작전도 척척 소화했다.

 이번 대회 결선 5경기에서 한국이 때린 홈런은 9개나 된다. 선발투수 황재영이 던진 시속 80마일(약 129㎞) 안팎의 빠른 공에 미국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대회를 미국 전역에 중계한 ESPN 화면엔 ‘성인투수 환산 구속’이 나왔는데, 황재영을 비롯한 우리 투수들의 빠른 공 스피드는 92마일(약 148㎞)에 달했다. 성인이 되면 류현진(27·LA 다저스)보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류현진의 올 시즌 직구 평균 속도는 90.8마일(약 146㎞)이다.

 85년 우승 멤버였던 조경환(42) KIA 코치는 “TV로 후배들을 보니 체격이 정말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땐 미국·캐나다는 물론 대만 선수들보다 키가 한 뼘씩 작았다”면서 “과거에는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훈련하고 경기하느라 표정이 굳었는데 요즘 친구들은 밝고 재미있게 야구를 하더라. 그게 아주 좋아 보였다”며 흐뭇해 했다. 역시 85년 우승 멤버였던 심재학(42) 넥센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기본기도 잘돼 있었다. 미국을 압도한 경기다. 정말 대견하다”고 칭찬했다.

 그동안 리틀야구는 아시아 예선에서 대만에 번번이 패해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대만 리틀야구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성인야구에서는 한국이 전략·기술로 대만을 이기지만 어릴 땐 힘에서 밀렸다.

 한국 리틀야구는 한영관(65)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이 취임한 후 기초 체력부터 키웠다. 당시 23개에 불과했던 리틀야구팀이 8년 만에 158개로 늘었다. 야구에 전념하는 초등학교 야구부(100여 개)보다 공부와 야구를 병행하는 리틀야구팀이 더 많아졌다. ‘재밌는 야구’를 즐기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유소년 야구가 강해진 것이다.

 성인야구 대표팀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차지한 것도 리틀야구의 성장을 자극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후 우수 인재들이 축구에 몰린 것처럼 2008년 이후 야구를 시작한 ‘류현진 키즈’들이 많아지면서 선수층이 훨씬 두터워졌다. 류현진이 올림픽과 WBC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그랬듯 ‘류현진 키즈’들도 세계무대에서 신명 나게 뛰어놀며 멋진 승리를 따냈다.

김식·김원 기자

[사진 설명]

1. 한국 리틀야구 대표팀 김동혁·윤준혁·한상훈·신동완·권규현(사진 오른쪽부터) 선수가 25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엄스포트 라마데구장에서 열린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 [AP=뉴시스, 로이터=뉴스1]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