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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딜리아니』전 파리서 처음 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탈리아 화가 아메데오·모딜리아니의 최초의 파리 전시회가 지난달 25일부터 시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파리에서 작품활동을 했으면서도 생전·사후 파리 전을 갖지 못했던 모딜리아니에게 있어서 이번 전시회는 파리에서의 사후 복권적 의미를 갖는 셈이다.
1884년 북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모딜리아니는 파리의 몽파르나스에 화실을 정하고 전아하면서도 관능적인 누드와 초상화를 즐겨 그리다가 1920년 작고했다.
영국출신의 여류시인인 헤스팅과 동거하고 이어 화학도 잔·에뷔테른과의 생활에서 한때 단란함을 맛보기도 했으나 오랫동안의 무절제한 방탕생활에서 온 병고와 알콜중독이 그의 죽음을 재촉했다.
당초 그는 법률가를 꿈꿨으나 점차 회화로 전향, 이탈리아의 여러 지방을 여행하면서 로마와 르네상스의 작품들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모딜리아니의 작품들에서 느끼게 되는 우아한 선감과 기하학적인 명석함, 형태감들은 이같은 고전의 감화에서 비롯한다.
피렌체 미술학교·베네치아 미술연구소를 거쳐 1907년 파리로 온 그는 몽마르트에 정착, 한때 큐비즘의 영향을 보였으나 곧 우수에 가득찬 독특한 분위기의 작풍을 확립했다.
친구들과 가난한 이웃을 모델로 많은 초상화를 그렸고 니그로 조각과 브랑쿠시의 영향으로 조각에도 손을 댔다.
3년간의 파리생활에서 얻은 병으로 신음하다 한때 요양차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몇 달 뒤 다시 파리에와 이번엔 몽파르나스에 아틀리에를 잡고 작업에 몰두했던 모딜리아니는 타고난 재능을 펴지도 못하고 요절하고 말았다.
우수에 젖어있으면서도 에로틱한 정감이 가득한 그의 초상과 누드작품들, 몇몇 조각작품들로 채워진 이번 파리 전시회는 불행했던 한 화가의 영광과 증오를 되씹게 하고 있다. <파리=주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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