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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수주활동의 베테랑-현대양행의 얼굴 정인영씨 스토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지난 76년 봄 정인영씨가 경남 창원 별관 1백 30만평의 대지 위에 무려 총 5억 달러가 투입되는 세계 최대급의 종합기계공장(현대양행) 건설에 착수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그 스케일에 혀를 내둘렀었다.
정인영씨는 결국 그 스케일을 감당하지 못한 채 사업 운이 엉켜들어 오늘의 비극을 자초한 셈이다.
현대양행 창원공장은 정씨가 세계은행(IBRD)으로부터 8천만 달러의 차관을 얻어 추진했던 것.
작년 초까지 내외자 2천 2백억원을 투자하고도 공장완공은 아득했고 국내의 경기침체가 들이닥쳐 경영난은 위기로 줄달음쳤다.
이에 정부가 개입,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공동 출자형식으로 자본금 1천 2백억원의 새 법인을 설립해서 현대양행을 흡수 통합했다. 정인영씨에게는 2백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인정해줬다.
현대양행은 작년 3월 현재 대내외 부채가 3천 5백억원을 넘어 그것은 이미 정인영씨 개인의 기업은 아니었다.
정씨가 사업계에서 결정에 달했을 때는 77∼78년.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3억 달러 규모의 시멘트·플랜트 공사를 수주하고 최대규모의 현대양행 공장건설에 피치를 올리던 때였다.
그 당시 그는 주력기업인 현대양행 외에 ▲한라건설 ▲한라엔지니어링 ▲한라시멘트 ▲인천조선 ▲한라해운 ▲한라자원 등 7개 기업을 거느린 한라 왕국의 주인이었다
일본 청산학원 출신인 그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 현대건설의 해외수주활동에 수훈을 세웠다.
그는 『현대』가 기반을 이미 단단하게 다긴 76년에 현대그룹에서 독립, 현대양행그룹(한라그룹)을 키워 나갔다.
현대양행을 넘긴 정인영씨가 지금 갖고 있는 회사는 파푸아뉴기니 원목개발을 위해 만든 한라자원과 자동차부품메이커인 만도기계뿐이다. 이밖에 인천조선·한라해운·한라시멘트가 있지만 사실상 이렇다할 실체가 없다.
정인영씨는 최근 특히 동남아의 산림자원개발에 힘 쏟아왔다.
한때 정씨는 그가 소유했던 한라건설로 해외공사수주에 성공, 짭짤한 재미를 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정씨가 창원 현대양행 부지를 정리하면서 한라건설에 공사금액을 과다 계상해 줬다는 여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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