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부터 하는 답답한 사정을 들으며-서울영등포 Y정신건강 상담실 자원봉사자 강경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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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현대인은 터놓고 의논할 상대를 얻기 힘들다. 특히 공장에 취업하고 있는 산업청소년들의 경우 누구보다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으면서도 의논 대상은 거의 없다.
서울영등포YMCA(관장 송준)에서는 이들을 위해 지난해 5월 정신건강상담실을 열고 다정한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흔한 예로 처음부터 흐느껴 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몇 십 분을 흐느끼다가 간신히 입을 열어 상담을 시작하지요. 「얼마나 답답했으면…」하는 딱한 마음이 앞서요. 그 덕분에 상담실의 화장지는 한 통이 금세 동이나버립니다.』
상담위원으로 자원봉사 하고있는 주부 강경혜씨(34)는 클라이언트(상담의뢰인)가 실컷 울고 그런 다음 답답한 사정을 털어놓도록 하는 것은 정신건강의 예방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울 수 있는 상대를 만나고 또 실컷 운다는 것은 정신정화작업의 하나라는 설명이다.
정신건강상담실에서는 사회생활에서 일어나기 쉬운 대인관계의 마찰, 성격, 친구나 이성교제, 장래문제, 직업적성, 직장동료나 상사와의 관계, 부부관계, 자녀교육, 가족분위기 등 광범위한 인생문제가 다루어진다.
서울여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이대대학원에서 사회사업학을 전공한 강씨는 사회인을 대상으로 78년 첫 문을 연 기독교태화관 정신건강상담실에서 자원봉사로 상담을 맡은 적이 있다. 지난해 영등포YMCA의 정신건강상담실이 문을 열자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에 상담을 맡아왔다.
그 동안 2백명이 넘는 상담의뢰인과 대화를 나누며 강씨는 스스로 깊어지는 느낌을 갖는다고 털어놓는다. 타인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또 그 속에 비친 사회와 인간의 만화경을 보는 가운데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그 무엇을 배우고 있다는 이야기.
상담을 전공하긴 했지만 한계성을 느낄 때도 종종 있다. 고부간 문제나 부부문제에서 서로가 이미 다른 가치관으로 굳어져있는 사이라면 해결점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한 케이스로 상담회수를 늘려가며 보다 폭넓은 편에 양보를 권한다.
어느 케이스든 서로 이야기하는 가운데 자연 해결점을 찾아가게 된다. 따라서 상담의 성공률을 강씨는 80%로 잡고있다.
집안식구나 친구와도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한 소년에게 강씨는 거의 1년 동안 계속 상담해주며 사회적응이나 성격개조를 위해 좋은 조언자가 돼주고 있다.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이나 범죄예방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도 이 같은 상담소가 많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 강씨의 견이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상오11시∼하오7시)창구를 열고있는YMCA 정신건강상담실에는 하루평균 2∼3명의 상담의뢰인이 찾아온다. 10대에서 60대까지 모두 대상으로 잡고 있지만 특히 많이 찾는 연령층은 20∼35세까지.
상담위원은 강씨 이외애도 박은선씨, 정은씨 등 5명이 있으며 모두 상담을 전공한 주부들로 1주일에 하루씩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김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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