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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즐기다 차린 액션카메라 회사 … 사장이 직접 쓰며 기능 혁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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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2012년 10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벤트가 열렸다. 한 음료 브랜드의 광고를 위해 기획된 이 이벤트는 지상 39km 높이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낙하 과정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유튜브로 800만명이 시청했다. 스카이다이빙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 광경을 생생히 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액션 카메라의 대명사로 알려진 고프로(GoPro)의 히어로2(사진)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프로는 파도타기를 즐기는 서퍼 출신인 닉 우드먼에 의해 설립된 액션 카메라 제조업체이다. 닉 우드먼은 한 차례 창업에 실패하고 떠난 서핑 여행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서퍼들은 일회용 방수 필름 카메라를 줄에 연결해 목에 걸고 서핑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불편하기도 하고 좋은 사진을 얻기도 어려웠다. 우드먼은 다른 서퍼와 달리 서핑을 하는 자기 모습을 찍기 위해 고무줄로 카메라를 손에 묶어 촬영했다. 이때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수중 카메라를 팔에 고정할 수 있는 벨트를 만들어 파는 사업이 시작됐다. 2년여에 걸친 개발 기간을 거쳐 2004년 최초로 동영상 촬영도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면서 고프로는 액션 카메라 시장의 퍼스트펭귄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고프로의 액션 카메라 히어로는 성냥갑만한 크기로 어디든지 쉽게 부착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서핑뿐 아니라 스노보드, 스카이다이빙, 카레이싱 등 각종 스포츠 분야를 비롯해 TV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사용된다. 2013년 매출액은 10억 달러, 판매량은 250만대로 세계 액션 카메라 시장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고프로 성공의 원동력은 창업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창업자인 우드먼은 자신을 고프로의 고객이라고 말한다. 그는 카메라를 직접 쓸 뿐 아니라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꼬박꼬박 챙겨본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요소를 파악할 수 있었고, 이는 혁신의 밑바탕이 되었다. 좀 더 넓은 각도를 찍기 위해 광각 렌즈를 달았고, 인터넷에 영상을 간편히 올리기 위해 내장형 와이파이 기능을 추가했다. 소니·구글·애플 등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나 고프로의 미래는 밝아 보인다. 혁신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카메라 2대를 이용해 3D촬영을 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동영상 모음을 제공하는 ‘고프로 채널’을 통해 콘텐트 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경험이라는 자산을 바탕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고프로를 주목하게 하는 이유이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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