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 살해 혐의 교포 … 25년만에 '자유의 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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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탁

친딸을 방화·살해한 혐의로 미국 교도소에서 복역해 온 이한탁(79)씨가 22일(현지시간) 석방됐다. 1989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한 지 25년 만이다. 이씨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의 연방 중부지방법원에서 심리를 받고 보석 석방을 최종 승인받았다. 보석 허가 후 법원 건물을 나온 이씨는 소감문을 통해 “세상천지 어느 곳을 뒤져봐도 이렇게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도와준 이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남은 인생을 더욱 보람되게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기나긴 감옥살이는 89년 7월 29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큰딸 지연(당시 20세)씨가 사망하며 시작됐다. 둘이 함께 잠을 자던 교회 수양관에서 불이 났고 이씨는 급히 빠져나왔지만 딸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씨의 무죄 주장에도 검찰은 그의 옷에 묻어 있던 휘발성 물질들을 증거로 내세워 기소했고 재판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씨의 고교 선배인 손경탁씨 등이 구명위원회를 조직해 구명운동을 벌였고 마침내 2012년 순회 항소법원으로부터 증거 심리 명령을 이끌어냈다. 결국 지난 5월 심리에서 당시 검찰의 수사 기법이 비과학적이었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고 검찰도 인정했다. 법원은 지난 19일 이씨에게 적용된 유죄 평결과 형량을 무효화하라고 판결했다. 이씨는 이날 뉴저지의 한식당에서 두부 한 모와 순두부로 25년 만에 첫 외식을 했다. 둘째 딸, 손자·손녀와 함께였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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