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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구 미만」일 땐 날림·사기분양 무방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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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장점을 살린 연립주택-. 단독주택 보다 값이 싸고 생활여건도「아파트」 못지 않다. 때문에 무주택서민이라면 누구나 내 집 마련의 과정에서 한번쯤 떠올려 보는 새로운 형태 공동 주택이다.연립주택은 이처럼 서민층의 내 집 마련의 꿈을 타고 78년부터 서울을 비롯, 부천·안양·시흥 등 수도권전철부근에 「붐」을 일으키기 시작, 전국으로 확산되고있다. 그러나 일부 악덕 건설업자들은 이 같은 「붐」을 타고 『한탕』의 심리가 발작, 많은 서민층에 대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짓밟아 버리는 사례가 꼬리를 물고 있다. 연립주택, 무엇이 문제인지 심층취재를 통해 알아본다.

<현황>
78년부터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연립주택은 80년 말 현재 서울에서만도 3만7천5백여 가구 분이 세워졌다.
그러나 이 가운데 많은 입주자들은 적잖은 2중분양·날림공사 등으로 피해를 받아왔다.
일부업자들은 건축비를 아끼기 위해 엉터리시공업자에게 싼값에 하청, 건축자재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불량품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아 천장과 벽에 금이 가고 빗물이 새 벽지와 마룻바닥이 썩고 「보일러」와 상·하수도시설이 잦은 고장을 일으키기 일쑤.
또 남의 땅을 빌거나 은행에 저당 잡힌 땅에 건물을 세운 뒤 입주자들로부터 분양금을 챙겨 달아나거나2,3중으로 분양해 입주금을 가로채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시는 이 같은 병폐를 막기 위해 지난 1월 ▲등록업자의 자격을 강화하고 ▲보증책임제를 실시, 여러 업자가 연대보증으로 입주자의 피해를 책임지도록 하며 ▲대지소유주와 사업주가 동일인일 때만 사업승인을 해주기로 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 같은 행정규제강화는 주택건설의 촉진을 가로막는다는 건설부의 반대입장에 부딪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있다.
거기다 이 같은 행정규제는 사업승인대상이 한번에 50가구분 이상일 때만 적용되기 때문에 50가구분 미만을 지을 때는 행정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못하고있다.

<등록업자>대부분이 영세업자 법의 허점피해 횡포
연간 50가구분 이상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려면 서울시에 공동주택건설 등록업자로 등록을 헤야한다.
등록자격은 자본금이 5천만원 이상(법인의 경우) 또는 재산평가액이 1억원 이상(개인)이어야하고 건축시공면허소지자 2명 이상을 고용해야하며10평 이상의 사무실과 전화1대 이상을 갖추면 된다.
등록업자는 사업시행 때 주택은행으로부터 가구 당 4백만원까지의 민영주택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으며 양도소득세가 50% 감면되고 취득세·등록세가 면제되는 등 커다란 세제상의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대신 연간 50가구분 이상의 공동주택을 세워야한다.
서울시내에는 현재 6백80개의 등록업자가 있다. 서울시는 이 가운데 지난해 50가구분 이상의 주택건설 실적이 있는 업자가 10%도 채 안 되는 실정이지만 등록업자의 90%이상을 모두 등록 취소하는데는 주택건설촉진에 문제가 있어 50가구 분 미만이라도 건축실적이 있거나 대지를 확보해 놓았을 때에는 등록말소를 보류했다.
등록업자라 하더라도 한꺼번에 50가구미만을 지을 때엔 시청으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을 필요 없이 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만 받으면 된다. 뿐만 아니라 사전분양금지·중간검사·분양금 징수 등에 관해 시나 구청으로부터 아무런 행정규제를 받지 않고 업자재량으로 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주택건설촉진법의 허점으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많은 업자들은 한꺼번에 50가구미만으로 지어 행정규제를 교묘히 피해 가고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업승인대상 규모를 현재의 「50가구분 이상」에서「20∼30가구분 이상」으로 낮추어줄 것을 최근 건설부에 건의한바 있다.

<2중분양>607가구분 지어놓고 백20여명에 분양도
이 같은 현상은 사업주와 대지소유주·건축시공업자가 각기 다른데서 자주 빚어지고 있다.
영세한 일부 사업주는 건축허가를 받고부터 분양계약을 맺고 건축시공업자는 자재대금이 달리면 사업주로 가장, 입주권을 남발하기 일쑤다.
또 일부 대지소유주는 그 나름대로 사업주로부터 분양권을 얻어내 팔아먹는 실정.
이 때문에 멋모르고 입주한 시민들끼리 서로 자기 집이라며 시비를 벌이고 심지어 다툼 끝에 살인극까지 일어난 사례도 있다.
지난해 7월 신정동 모 연립주택 「바」동202호에 입주한 김용직씨(50)는 역시 이 집을 분양 받았다고 주장하는 송모(29)가족 3명과 입주권을 두고 다투던 끝에 숨졌다.
이 연립주택은 79년9월 땅주인 천두성씨(50·서울 구의동 34의5)가 64가구 분의 건축허가를 받아 건축시공업자인 김오석씨(40·서울 창신동 9의207)에게 하청을 준 것.
그러나 김씨는 공사 중 자금이 달리자 건축주로 가장, 입주권을 남발했고 일부공사를 재 하청주어 재 하청업자도 입주권을 팔아먹었다.
이 때문에 이 연립주택은 실제 64가구분의 거의 2배에 가까운 1백20가구가 분양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빚기도 했다.
고척2동241의 연립주택 입주자들은 사업주 윤모씨(40)와 분양계약을 맺고 입주를 하려했으나 2,3중으로 분양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윤씨를 찾았지만 윤씨는 이미 분양금 1억5천여만원을 챙겨 달아난 뒤였다.
게다가 연립주택의 소유주도 이미3명의 부동산업자손에 넘어가 있었다.
B동 102호 김영일씨(36)는 분양계약을 한 뒤 입주하려했으나 최모씨가 나타나 『나도 이 집을 샀다』고 주장, 이상히 여겨 함께 등기열람을 해보니 또 고모씨 앞으로 가압류처분이 내려져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2중분양 외에도 건축계획만 가지고 사전 분양한 뒤 건물은 짓지도 않고 분양금만 떼어먹고 달아나는 악덕업자들도 있다.

<과대광고>
인천·부천·안양 등 주로 수도권 외곽지역을 무대로 한 일부 악덕업자들은 평수·위치·주거환경 등을 사실과 다르게 거짓으로 광고하거나 융자와 전세를 알선·보장해준다고 속임수를 쓴 뒤 분양계약후에는 이를 어기고 배짱을 부리는 등 횡포가 심하다.
부천시 I주택은 79년12월 대지50평, 건평38평짜리 고급단독주택을 전세 5백만원, 융자 3백만원을 빼고 현금4백50만원에 구입할 수 있으며 위치도 전철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고 일간지에 선전했다.
그러나 광고를 보고 찾아간 사람들은 모두 과대광고에 분개했다.
최고급단독주택은 말뿐 실제로는 엉터리 연립주택이었고 건평도 20평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전철역에서의 실제거리도 도보로 20분이 넘는 곳이었다.
이밖에 안양시호계동 K연립주택은 분양당시 가구당 3백만원씩의 융자금을 약속했으나 입주자들은 2백만원 밖에 융자받지 못해 사채를 얻어 쓰는 등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가격>「덤핑」까지 하지만 아직도 빈곳 많아
서울시는 사업승인을 받은 연립주택의 경우 「아파트」에 준해 평당분양가격상한선을 90만원으로 묶어 가장 비싼 것이 90만원선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파트」보다 평당가격이 10만∼20만원씩 싼 65만∼80만원선으로 분양됐다.
건축경기가 크게 침체됐던 지난해에는 업자들이 자금회전을 위해 평당50만원도 못되는 선에서「덤핑」판매하기도 했으나 아직도 비어있는 것이 적지 않다.

<주의할 점>
당국에서 사업승인을 받은 연립주택에 대해서는 분양가격·분양방법·중간검사 등을 통해 행정적으로 지도·감독하고 있으나 한꺼번에 짓는 물량이 50가구분 미만으로 건축허가만을 받은 연립주택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못 대고 있는 실정.
이 때문에 입주자들은 스스로 모든 것을 직접 알아봐야 한다.
날림공사여부는 실제로 입주해 살아보기 전에는 알아내기가 퍽 어렵다. 그러나 분양계약을 한 입주예정자들은 건축에 기본상식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가끔 공사현장으로 나가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이나 견본자재와 일치하는가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당국의 행정규제대상인 한꺼번에 50가구이상 세워지는 연립주택을 분양 받는 것이 보다 현명하다.
이 경우는 연립주택 사업비의 2%를 하자보증금으로 예치토록 되어 있어 입주 후 2년 동안은 하자보수를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
2중분양의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할구청에 사업주가누구인가를 확인한 후 사업주이외의 시공업자 등과는 분양계약을 맺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밖에 과대광고 여부는 입주자 스스로 건설현장에 나가 위치·규모·부대시설·주거환경 등을 직접 알아보면 된다. 또 건설공정을 알아보고 사전분양 된 것이 아닌 가도 확인해야한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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