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막나가는 060 음란 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성인전화로 연결되는 060 번호를 이용해 하루 수만 건의 휴대전화 스팸 메시지를 보내고 거액을 챙긴 업체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일부 업체는 스팸 메시지를 보고 전화를 걸어온 남성이 여성과 주고 받은 음란 통화 내용을 녹음해 광고에 사용하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0일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적으로 스팸 메시지를 발송하고 정보 이용료를 챙긴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로 I사 대표 정모(42)씨 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30개 업체 관련자 3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업체가 지난 1년간 거둬들인 돈은 모두 43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정보통신부가 지난달 31일 '옵트-인'제도(opt-in.수신자가 동의해야만 문자 메시지나 팩스를 보낼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한 이후 첫 검거 사례다.

◆각종 편법 동원=I사 등은 각종 지능적 수법을 사용해 단속을 피해왔다. 스팸 메시지를 발송할 때 060 유료전화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발신자 전화번호에 일반 전화번호가 뜨게해 감쪽같이 수신자들을 속였다. 또 전화 회선을 임대할 때 사업장을 허위 기재하거나 수시로 사업장 소재지와 이름을 바꿔 경찰의 추적을 따돌렸다.

경찰은 이러한 수법으로 보낸 스팸 메시지 수가 지난 1년간 수천억 건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문자 메시지의 '유혹'에 넘어가 전화를 걸어온 남성에게 30초에 500원, 10분에 1만원의 '바가지'요금을 부과해 총 430억원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유명 통신 사업체에서 고객 정보를 빼내 스팸 문자 메시지 발송 업체를 차리거나 빼낸 정보를 다른 업체에 팔아 넘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통화 내용 녹음=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C사 대표 엄모(40)씨는 스팸 메시지를 보내는데 그치지 않고 전화를 걸어온 남성과 자신이 고용한 여성이 통화하는 내용을 몰래 녹음해 광고에 이용하기도 했다.

엄씨는 통화 내용을 엿듣다가 수위가 높은 음란 대화가 오가면 이를 녹음한 뒤 남성들로부터 전화가 오면 "고객과 여대생이 대화한 내용"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엄씨 등은 시간당 8000~1만2000원을 주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나 가정주부.여대생을 모집해 '전화 윤락'을 해왔다. 아르바이트로 고용된 여성들은 쉽게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것처럼 남성을 자극하고, 신음소리를 내는 등 전화를 오래 끌게 하는 기법을 동원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최고 3000만원 과태료=옵트인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060 성인전화나 부동산 및 대출 등의 전화광고는 반드시 수신자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등 처벌이 대폭 강화됐다.

스팸 문자 메시지나 스팸 전화를 피하려면 한국정보보호진흥원 등에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를 등록해 수신 거부조치를 요청하면 된다.

손해용.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