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회사 전방 부평 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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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다함께 노래합시다. 입을 크게 벌리어 입을 크게 벌리어….』
20평 남짓한 음악실. 고운 목소리로 하하… 핫핫… 입을 크게 벌리어 웃는 여종업원들의 표정이 티 없이 밝다.
인천 부평 전방주식회사 부평 공장.
1천5백여 종업원들이 노래 잘하기로 소문난 직장이다.
오전반과 오후반이 교체하는 하오 2시쯤이면 연습하는 각 부서별 중창단들의 「피아노」소리·「기타」소리·노래 소리로 회사전체가 밝아진다.
강당·휴게실·잔디밭·기숙사도 모자라 사무실·공장까지 음악 연습실로 바뀌고 목청을 가다듬는 순간만은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과장이고 계장이 된다.
노랑새·목화·꾀꼬리·수선화·모래알·별들·산울림·청개구리·봄꽃 등 중창단의 이름들도 깜찍하고 귀엽다.
10여평 남짓한 휴게실에서 「피아노」반주에 맞춰 『옹달샘』합창연습이 한창인 「청개구리」중창단.
「소프라노」「엘토」「테너」「바리톤」이 제법 조화를 이루며 시작만은 그럴싸하다. 그러나 『누가 와서 먹나요.』의 끝 부분에 오면 아무래도 불안스럽게 「하머니」가 흐트러지고 만다.
이 회사가 노래회사로 소문이 난 것은 군악대「트럼핏」연주자 출신인 총무과장 허성씨(42)가 『음악이 흐르는 직장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각 부서에 중창단을 조직하면서부터.
회사측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아 지난해부터는 봄·여름·가을·겨울 4차례에 걸쳐 전 사원 중창경연대회를 열었다.
면방과·모방과·서무과·총무과 등 부서의 명예를 건 중창대회장 회사강당은 방송국을 무색케 한다.
최우수상 20만원·우수상 10만원·장려상 5만원 등 회사측에서 입상중창단에 내려지는 상금은 매년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쓰였다.
이 회사 12개 중창단 중 꾀꼬리중창단(남자10명·여자30명)의 활약은 실로 눈부시다. 이들은 상공회의소와 노동청이 주관한 「건전 가요 부르기 합창대회」에서 입상을 하기도 했으며 80년 인천시 북구청 주최「연말 불우이웃돕기 자선의 방」직장별 합창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받았다. 건전 가요 보급을 위한 회사측의 배려는 각별하다. 1천3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에는 층마다 「기타」가 비치되어 있을 정도. 때문에 기숙사실내에는 언제나 감미로운 「기타」의 선율 속에 음악이 흐른다.
꾀꼬리합창단에서 「피아노」반주를 맡고 있는 정례숙씨(23)는 『좋은 노래 속에 파묻혀 건반을 두드릴 때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온갖 상념이 사라진다』며 『노래와 함께 하는 직장생활이라 항상 즐겁고 능률도 오른다』고 말했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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