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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돈쭝=4g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즘은 잣대저울을 보기 어렵다. 시골 장터에서도 그렇다. 과일이나 야채를 살 때면 으레「g」이나「kg」으로 표시되는「미터」법 저울에 올려놓아야 한다.
한 관은 3.75kg, 반 관은 1.875kg, 반의 반 관은 0.9375kg…. 이쯤 되면 10단위g은 기분으로 좌우될 수밖에 없다.
공업진흥청은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척관법의 환산기준을 단순하게 고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한 돈쭝은 4g, 1관은 4kg, 1되는 2ℓ.
말하자면 우리 나라 고래의 척관법과 「미터」법의 절충식인 셈이다. 얼마동안은 오히려 그것이 새로운 불편을 낳겠지만, 습관으로 굳어지면 편리할 것도 같다.
그러나 관습, 특히 척도관습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난 70년대에 영국은 척도의 혁명을 단행했었다. 우선 12진법의 화폐단위를 10진법으로 고쳤다. 12진법이란 연필 12개를 한「다스」로 치는 식의 단위다.
영국인이면 몰라도 외국여행자들은 그런 화폐단위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나 정작 10진법으로 고치자 이번엔 영국인들의 불평이 대단했다. 1백「폐니」를 1「파운드」로 치는 계산이 도무지 복잡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어느「택시」운전사는「데모」까지 했다는 토막기사도 있었다. 시행3년만에 겨우 정착되었다.
옛날 중국엔「황종률」이란 것이 있었다 .종·관·반으로 구성되는 악기. 종에는 종고나 범종이 있고 관은 피리를 말하며 반은 옥·이나 돌(石)을 구부려 만들어 이것을 늘어뜨리고 치는 것이다. 이들이 합주, 화음 하면 황종률이 된다.
이 가운데 관악기는 황종률의 대표적 악기였다. 바로 이 관악기를 중국인들은 도량형의 기본으로 삼았다. 관의 일점 길이가 척이나 장이며, 그 관속에 들어갈 수 있는 낟알(기장=?) 수의 무게가 또한 기준이 된다. 보통 그 숫자는 1천2백알. 이것을 12주, 즉 1백알의 무게를 1주, 24주를 1양, 16양을 1근, 30근을l조. 4조를 1석이라고 한 것이다.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면서 그 기준도 편의에 따랐지만 아무튼 농경시대다운 척관법이었다. 우리 나라는 이미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시대부터 도량형법이 제대로 쓰이고 있었다.
장·척·촌·분 등의 도제, 괵·두·승·홈·작(작)의 도제, 양·전·분·변의 형제 등은 특히 이조시대에 들어 도지부에 의해 엄격히 다스려졌다. 각종도량형기에 낙인(낙인)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세종대왕은 주척을 기준으로 삼아 그것을 비석으로 세워 놓기도 했었다.
오늘의 세계는 만국도량형을 채택, 그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다만 나라마다 관습이 문제다. 1관 3.75kg보다 4kg이 더 불편하게 생각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관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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