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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지하철 9호선 '의심 구간' 모두 정밀 조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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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로 밑에서 거대한 빈 공간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보름 새 이 지역에서 확인된 동공(洞空·빈 공간)만 7개에 이른다. 이들 동공은 지하철9호선 특정구간(919공구)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서울시는 지하철 공사가 동공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터널을 뚫는 도중 흙이 쏟아져 내리거나 지하수계에 영향을 주어 터널 위에 빈 공간이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래와 자갈이 많아 지반이 연약한 석촌지하차로 구간은 고분 등 문화재가 위치한 지역이다. 따라서 지표면을 열어 공사를 진행하는 일반적인 공법을 쓰기 어렵다. 이 구간을 맡은 시공사들은 원통형 굴착기를 회전시켜 흙과 바위를 부수면서 수평으로 굴을 파고 들어가는 ‘실드 공법’을 동원했다. 이 공법 자체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진 굴착 방식이다. 문제는 굴착을 하면서 터널 표면에 나타나는 작은 틈새를 주입액(그라우트)으로 메우는 작업(그라우팅)을 제대로 하지 않아 지반 침하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시공사들이 실드 공법을 채택하면서 안전 보강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하루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안전에 큰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서울 지하철9호선 가운데 실드 공법으로 굴착한 곳은 모두 4곳이다. 이번에 동공 7개가 발견된 919공구를 포함한 석촌지하차로 부근 3곳과 공사가 끝난 여의도 구간이다. 4개 구간의 시공사는 각기 다르다. 시공사들은 적절한 안전 보강작업을 하면서 공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919공구에서 동공이 발견된 이후 실드 공법이 쓰인 다른 석촌지하차로 2곳을 점검했는데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의 발표를 안심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공사가 마무리돼 지하철이 운행 중인 여의도 구간에서는 지난 6월과 7월에 2곳에서 지반 침하가 일어났다. 당시 서울시는 낡은 하수관에서 새어 나온 물에 토사가 쓸려 내려가면서 도로가 함몰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여의도 구간은 지질 조건이 석촌지하차로와 비슷한 지역이다. 919공구처럼 여의도 국회의사당 밑에 거대한 빈 공간이 존재한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는 도로 함몰이 일어난 여의도 구간 2곳을 뚫어 재조사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이것만으로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시민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실드 공법이 쓰인 상당수 구간에서 그라우팅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오는 상황이다. 박원순 시장이 직접 나서 실드 공법이 쓰인 서울시내 구간 전체를 정밀 진단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하철 주변에 싱크홀이나 동공이 생겼는지 긴급 점검을 해야 한다. 지하철에 구멍이 생기는 어처구니없는 참사는 절대로 벌어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