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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α덤의 매력 … 몸값 뛰는 우선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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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우선주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상승동력을 잃고 2070포인트 근처를 맴도는 동안 호텔신라·CJ우·아모레퍼시픽우 등 주요 우선주는 신고가를 새로 썼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달리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더 많이 주는 주식이다. 기업이 경영권을 지키면서도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주로 발행한다. ‘삼성증권우’처럼 종목명 뒤에 ‘우’라고 붙여 보통주와 구분한다.

 사실 국내증시에서 우선주는 오랫동안 투자자의 외면을 받아왔다. 배당수익률이 1%대로 보잘 것 없었던 데다 보통주 투자만으로도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최근까지만 해도 우선주는 장기투자하는 외국인만 관심을 가졌다. 기관이건 개인이건 국내투자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눈길을 주지 않으니 가격도 헐값이었다. 우선주와 보통주의 가격차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괴리율이다. 보통주와 우선주 간의 가격 차를 보통주 주가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보통주가 1만원, 우선주가 7000원이라면 괴리율은 30%다. 우선주와 보통주가 모두 상장돼있는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의 2005년 이후 이 평균 괴리율은 47.9%였다. 우선주가 보통주의 절반 값 정도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우선주 가격이 오르면서 괴리율이 사상 최저치(33.1%)에 근접하고 있다. 증권사가 분석한 우선주 강세의 이유는 우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하는 배당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다.

기업이 이익의 일정비율을 배당·임금·투자에 쓰지 않을 경우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배당을 늘린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배당소득증대세제가 대표적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우선주에는 호재다. 금리는 떨어지는데 배당은 늘어날 거란 기대에 배당주 펀드에는 올들어 1조5000억원 가까운 돈이 몰렸다. 덕분에 우선주 매수주체는 외국인 일변도에서 자산운용사 등 기관 위주로 바뀌고 있다.

 예전에도 상승장 끝물에 우선주가 강세를 보이는 ‘반짝인기’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선주가 추세적인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저금리와 노령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적금만 부어도 연 5~6% 수익을 낼 수 있던 시절에는 배당수익률 1~2%가 크게 매력이 없었다. 그러나 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예금과 채권만으로는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다. 우선주 투자로 배당과 시세차익을 모두 노리는 수요가 커질 거란 전망이다.

 다만 우선주도 우선주 나름이다. 우선주의 가장 큰 약점은 거래량이 적다는 것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135개 우선주 중에 하루 거래량이 1억원도 되지 않는 종목이 수두룩하다. 잘못하면 주식을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동부증권 남기윤 연구원은 “거래량이 많은 중대형 우선주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가격 괴리율이 높은 종목이 유리하다. 미국 등 선진시장에선 우선주가 보통주 주가의 80~85% 수준에서 거래된다. 기업구조가 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결권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우선주 가격이 보통주의 60~70% 정도다. 올라갈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우선주도 보통주와 마찬가지로 성장이나 배당확대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한다. 이익이 줄어들거나 배당이 쥐꼬리인데 우선주가 오를 리 없다. HMC투자증권 김정호 연구원은 “보통주와 가격차가 크고 성장과 배당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CJ·넥센타이어·현대차 우선주 등을 추천할 만 하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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