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다음달 1일부터 초·중·고 등교 시간을 오전 9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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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다음달 1일부터 초·중·고 등교 시간을 오전 9시로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데 이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내부 회의에서 9시 등교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경기지역 초등학교의 97%는 오전 8시 30분 이후에, 중학교의 96%는 오전 8시~8시 30분에, 고교의 63%는 오전 8시 이전에 등교한다. 9시 등교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 찬반 의견이 갈리는 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교장이 등교시간을 정하도록 한 권한을 교육감이 침해한다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나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교육감은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100% 9시 등교를 소망한 데다 가정에서 학생들이 부모와 아침식사를 하고 아침잠도 더 잘 수 있도록 하기 위해 9월 1일부터 원칙적으로 9시 등교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교장이 안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등교시간을 교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부천·가평지역을 시작으로 등교시간 논의를 위한 교장 간담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 고교 교장은 “9시 등교를 시행하지 않는 학교에 대해선 컨설팅을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는데, 강요나 마찬가지”라며 “등교 시간이 바뀌면 학기초에 세운 계획이 어그러져 학교로선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찬반 여론은 팽팽하다. 고교생 박모(17)양은 “스쿨버스를 타려면 오전 6시 전에 일어나야 하는데 등교가 늦춰지면 꿈만 같을 것 같다”며 “어차피 아침엔 수다 떠는데 잠을 더 자면 수업시간에 맑은 정신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고교생 자녀 두명을 둔 이모(46·여·경기도 수원시)씨는 “맞벌이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출근해야 마음이 놓이는데 오전 8시에 나가는 부모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반대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도서관 등 세이프존을 설치하고 운동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조기등교 학생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총은 하교 시간이 늦어지면 학원에 가느라 오히려 저녁밥을 굶게 되는 부작용도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탁·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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