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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가지수 줄여 낭비막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는 국제적인 격동속에서 새시대의 장을 열고 국가적 난국을 헤쳐나가며 또 80년대의 도약을 기약하는 경제성장을 꾸준히 지속해 나가야만한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가 사회정화운동과 함께 그 일환으로 이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이 절약하는 정신혁명으로 유도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의생활에는 많은 변천과 풍요를 가져와 특히 근대에와서 화학섬유의 출현으로 의생활이 향상되었고 주생활 역시 초가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개선돼 현대식 주택으로 변모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식생활문제는 전근대적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는 오랫동안 대가족제도 아래 온가족이 모여 앉아 푸짐하게 차려놓은 음식물을 함께 먹는것을 미풍으로 여기며 이른바 양반행세를 할수 있다고까지 생각해왔다.
오늘날의 식생활에도 하등의 변화가 없다.
하루 한끼는 잡곡밥이나 밀가루를 먹는게 좋다고 장려한 일이 있다. 그러나 좀처럼 온국민적 실천은 요원한 것 같다. 언젠가 외국인 경제단체가 내한했던 일이 있다.
그 단체의 대표인「스즈끼」란 사람이 전국의 여러공장을 들아보고 필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제적 급성장과 수출증진에 온국민이 열심히 뛰고 있는 한국은 활기에 넘쳐 있으나 한가지 이해못 할 의문이 있다고 했다.
다름아닌 식당에서 느낀 일이라 했다고 이와 같이 근면성실한 국민이 왜 물자절약하는 마음이 없는지 알수 없다는 것이다.
식당 가는곳마다 식탁위에는 큰밥사발과 20여가지의 반찬이 즐비하게 놓인다. 그중 태반은 다음 손님상에 다시 오른다. 이런것을 본 외국인들은 누구나 의문을 가진다. 우리보다 더 부하고 잘사는 나라보다 귀중한 물자를 더욱 절약할 줄 모른다고 하겠다.
해외에 여행해본 사람은 모두가 느낀 일이지만 어디서나 식당에 가면「매뉴」를 보고 어떤 특정한 음식을 주문한다. 즉 일품요리라고나 할까 지정한 음식만 나온다.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미국같은 부한 나라에서도 점심식사는「햄버거」로 대신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음식을 주문하든 여러가지 반찬이 모두 부속물처럼 따른다.
예를들면 국·김치·깍두기·고추장 등 밑반찬이라는 것들이 어떤 일품요리를 주문해도 따라나온다.
일본같은데서는 단무지(다꾸왕) 두서너 조각을 줄뿐이다. 그리고 양이 적기 때문에 먹다 남아서 버릴게 거의 없다. 손님이 김치를 달라고 하면 따로 돈을 받는다.
우리도 자기가 먹을 수 있는 양만큼 떠서 먹고 나머지는 버리지 앉아도 되도록 각자의 취향에 맞추어 먹을수 있도록 식단을 개량해야한다고 본다.
우리들 밥상에 올라오는 쌀한톨, 고기 한조각, 야채 하나하나가 농부들의 피땀어린 손길과 정성이 깃들여져서 얻어지고 많은 사람이 수고한 덕으로 우리가 먹고사는 것을 깊이 인식한다면 어찌 이런 귀한 것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국민각자가 의식을 고치고 가정주부들이 각성하고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절약하고 당국이 제도적으로 유도한다면 막대한 양의 음식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식단을 알뜰하게 짜는 일은 주부들만의 책임이나 지혜는 아니다. 혼식뿐 아니라 대용식이나 분식·간이식 같은 것을 개발하고 밥그릇도 공기를 쓰도록 한다든가 일품요리의 종류를 개발해서 국민보건면에도 차질이 없도록 전문연구기관에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도 식량이 자급자족되고 식생활에 생산과 소비가 조화를 이룰때 우리는 참된 복지국가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필자=풍성흥업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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