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랜디·마틴」씨|돈이 양반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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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에 있는동안 나는 한국에 대해서 많은것을 배우게 되었다. 교과서로도 배웠지만 일상생활속에서 더많이 배웠다.
『한국사람들이 어때요?』 한국인들이 자꾸 나를 보고 묻는다.
『글세,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사람도 있지 뭐. 』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을 한다.
세계의 어느곳이나 좋은사람이 있으면 나쁜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영동의「아파트」에는 장사꾼들이 자주 온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이것저것 파는 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이들이 방문하면 문을 열지않고 『안 사!』 큰 목소리로 대답한다.
장사꾼들은 모두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물론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돈이 양반이다.
나의 아내와 나는 몇몇출판사와 관계를 가졌었다. 그러나 처음 약속을 했을때와는 달리 나중에 가서는 약속을 안지킨다. 이사람들은 다 사장이었고 다 부자이고, 부자이니까 좋은 옷도 입고 유식하게 말을 할 줄 안다. 그렇지만 자꾸 거짓말을 시킨다. 돈이 양반인가?
돈이 사람을 믿고 안 믿는 기준이 될수 있을 것인가? 많은 한국사람들은 미국인들이 모두 부자인줄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의 아버지는 부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학교도 국민학교 4학년까지 밖에 다닐수 없었고 건설회사에서 일을했다. 그래서 나는 가난이 무엇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다. 또한 돈이 양반의 기준이 될수없고 사람은 남녀노소 할것없이 다 양반이라고 생각한다.
어느날 어떤 장사아저씨가 우리 「아파트」로 왔다. 농민인 그는 돈이 없어서 대구에서 서울까지 돗자리를 팔러 왔다고 했다. 먼 대구에서 서울까지 왔다 .우리집에 들어와서 「코피」 한잔을 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항상 「코피」나 밀감이나 헌옷을 장수들한테 주고 있다.
양반도 사흘 굶고는 도둑질 한다고 하지만 이 농민하고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절대로 그는 도둑질 못하고 거지 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람은 자기가 사투리가 심해서 집주인들이 문을 안 연다고 했다.
겨울이니까 돗자리를 살철은 아니었지만 하나를 샀다. 그것은 품질도 좋고 시장보다 값이 3분의2정도 쌌다. 우리집에 왔을때 그는 추운 날씨에 사람들이 문을 열어 주지 않아서 막 떨고 있었다. 그 사람의 옷은 오래된 것이었지만 깨끗했고 말씨도 부드럽고 점잖았다. 돈이 양반이냐?
옛날에는 장사하는 사람들을 상놈이라고 했다. 아직도 여러사람들이 장사꾼들을 함부로 대한다.
「아파트」앞을 걸어가자면 갖가지 장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고구마 장수도 있고 호떡장수도 있다. 그렇지만 회사나 상사의 사장·부장·과장들, 이 사람들도 장사하지 않는가? 이 사람들은 장사꾼이 아니란 말인가?

<약력>
▲55년9월 미국 「미주리」 주 출생
▲76넌 내한, 평택「캠프·험프리」에서 통신병으로 근무
▲78년9월∼79년5월까지 이화여대 국제하기 「프로그램」에서 한국문학 공부
▲80넌5월 「캔자스」 대학졸업 「아시안· 스터디」 전공
▲80넌8월 내한, 모 상사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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