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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만」의 소설 "「메피스토」를 구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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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메피스토」를 구하자.』
최근 서독 문경에서는 색다른 소설구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인물의 명예를 훼손했다하여 판용 금지처분을 받고 거의 반세기동안이나 햇볕을 보지 못한 채 사장돼있는 고「클라우스·만」의 소설「메피스토」(「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의 이름)를 구하자는 운동이다. 일부에서는 「창작의 자유」를 들어 법원측에 판금해제를 진정하는 탄원서를 보내는가하면 「크고 작은 「세미나」를 열어 여론에 구명을 호소하는 방법까지도 쓰고있다.
문제의 소설「메피스토」를 쓴「클라우스·만」은 독일의 대문호「토마스·만」의 장남. 「클라우스·만」은 이 소설 속에 자기의 매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놓고 그를 악마와 같은 「나치」추종자로 낙인찍어버렸다. 세칭『「만」가의 「스캔들」』로 통하는 이 소설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주인공「헨드릭·회프겐」이 「클라우스·만」의 매부「구스타프·그륀드겐스」를 이름만 바꾸어 등장시킨 인물임이 금방 드러난다. 주인공의 직업까지도 「그륀드겐스」와 같은 배우로 선정해놓아 실화소설의 냄새를 더욱 짙게 풍기고 있다. 「구스타프·그륀드겐스」는 「클라우스·만」의 친매부이자 「나치」시대를 풍미한 명배우였다. 그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까진 좋았다고 해도 문제는 그를 가리켜 『악마(메피스토)와 같은 「나치」추종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독문단에서는 작가「콜라우스·만」이 결혼한지 1년도 채 안돼 자기누나「에리카·만」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그륀드겐스」에 대한 분풀이로 이 소설을 썼다는 얘기가 정설로 통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메피스토」가 순전한 창작소설이란 주장도 있다. 「토마스·만」이 대하소설『「뷔텐부르크」가의 사람들』을 내놓고 「뤼벡」사람들에게 큰 봉변을 당한 일이 있었던만큼 「메피스토」사건도 이같은 일종의 피해망상에서 빚어진 「스캔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서독법원은 지난54년과 71년 두 차례에 걸쳐 「실재인물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소설「메피스트」의 판매금지결정을 내렸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탈고되고도 44년 동안이나 읽혀지지 못한 채 그늘 속의 책이 돼버린 것이다.
현재 서독문경을 지배하는 여론은 법원이 하루빨리「판금판결」을 철회해야한다는 것.
일부에서는 또 작가「클라우스·만」이나 피해를 보았다는 「그륀드겐스」가 세상을 떠난지 이미 오래인 만큼 「그륀드겐스」가 측이 소를 취하하는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메피스토」사건은 「창작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보호」라는, 이해가 상반되는 문제를 안고 있는 사건이어서 당분간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사람들은 보고 있다. 【본=이근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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