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외부 압력에 끄떡없는 '테플론 교황' … 외신이 붙여준 새 별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물질만능주의를 경계하고 가난한 자를 살피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르크스주의자다? 교황은 18일 떠났지만 때아닌 색깔론은 남았다. AP 등 외신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중 발언을 두고 “미국 강경 보수파가 교황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정의하며 회의론을 제기해 왔다”고 상기시켰다. 이념적 색채에 기대는 일부 국내 언론도 교황의 발언을 두고 ‘자기 입맛대로 해석’을 내놨다. 이 색깔론은 그러나 이번 방한을 계기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AP 역시 “극심한 경쟁사회인 한국에서조차 교황의 발언은 교인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도 큰 지지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교황의 색깔론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고질적으로 등장했다. 교황이 취임 후 첫 권고문인 ‘복음의 기쁨’에서 자본주의의 탐욕을 비판한 것을 두고 지난해 11월 미국 극우파 방송인 러시 림보(63)가 “완벽한 마르크스주의”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2012년 대선 부통령 후보였던 폴 라이언(44) 공화당 의원도 교황을 “그 사람(the guy)”이라고 칭하며 “진정한 자본주의를 해 본 적이 없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라고 깎아내렸다. 교황이 방한 직전인 4일 1980년대 니카라과 좌익 정부에서 외교장관으로 일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미겔 데스코토 브로크만 신부를 29년 만에 복권시키면서 이 색깔론은 나름의 동력을 얻었다.

 교황 자신은 색깔론에 대해 “난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의 정치·경제 철학은 잘못된 것”(지난 1월 이탈리아 매체 인터뷰)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살면서 좋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을 꽤 만났기에 기분은 안 나쁘다”는 농담을 덧붙여 ‘통 큰 어른’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미국 내 교황 색깔론도 수그러졌다. 가톨릭계 히스패닉 유권자를 의식한 라이언 의원은 “교황이 빈곤과의 전쟁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며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외신 사이에선 방한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색깔론에서 자신이 자유롭다는 걸 방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보스턴글로브는 16일(현지시간) 교황에게 “테플론(Teflon) 교황”이라는 별칭까지 붙였다. 에틸렌 수지의 일종으로 내열·내압성이 높은 테플론을 두고 ‘외부 비판에도 끄떡없는 교황’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수퍼맨 교황’ ‘록스타 교황’ 등으로 불려 온 프란치스코가 방한 귀국길 별명 하나를 더 얻어 간 셈이다.

 ‘수퍼맨 교황’이라는 별명은 지난 1월 이탈리아 로마시내에서 그를 수퍼맨으로 묘사한 무명 예술가 마우팔의 벽화가 화제가 되면서 유행했다. 교황 본인은 “난 보통사람일 뿐이다”고 했지만 교황청이 그 이미지를 트위터에 올리면서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 이어 지난 1월엔 미국 대중음악 매체인 롤링스톤지가 교황이 종교·성별·세대를 넘어 구가하는 인기를 분석하면서 그를 표지에서 ‘록스타 교황’이라 칭하며 별명을 추가했다.

전수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