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점유율 1위 품목 한국 64개, 일본 231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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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삼성전자(16.1%) vs 파나소닉(3.9%). 영업이익률로 본 두 기업의 경쟁에선 삼성전자가 압승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일본 대표 전자기업인 파나소닉의 4배에 달하는 영업이익률을 거뒀다. 또 현대자동차(9.5%)도 지난해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일본 도요타(6.0%)를 영업이익률에서 앞섰다.

 #0명 vs 16명. 과학기술 발전의 척도로 여겨지는 노벨 과학상. 이 분야에선 한국은 일본에 상대가 안된다. 일본 교토에 있는 정밀기계 업체인 시마즈제작소. 이 회사의 ‘주임’이던 다나카 고이치씨는 2002년 당시 43세의 나이로 노벨상을 탔다. 마스카와 도시히데 나고야대 교수는 해외 유학 한 번 가지 않고도 2008년에 노벨물리학상을 거머쥐었다.

 한국과 일본의 오랜 경쟁. 이 긴 승부의 핵심은 두 장면으로 대표되는 성장의 질(質)에 있었다. 동전의 양면처럼 과제이면서 답이기도 한 양국간 경쟁력의 차이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내놓은 한·일 경제규모·기업경쟁력 비교 보고서를 통해 들여다봤다.

 전경련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일간 경제 격차는 4배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1980년대 두 나라의 차이는 무려 17배에 달했다. 반도체와 TV, 휴대폰을 중심으로 한 전자산업의 빠른 발전, 자동차 산업의 선전으로 한·일 경제력의 차이는 2000년에 8배, 2010년에 5.4배로 급격히 줄었다.

 정봉호 전경련 아시아팀장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으로 대표되는 시간 동안 주춤하는 사이 우리 기업들이 신흥시장에서 급성장했다. 전자와 자동차처럼 특정 업종의 대표기업을 보면 우리 기업들이 일본을 많이 따라잡거나 앞섰다”고 말했다. 올들어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액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를 기록하는 등 제조업 분야에서 일본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제의 ‘기초체력’으로 꼽히는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일본이 6배 이상 앞섰다. 또 외환거래 분야에서 ‘엔(円)’은 거래규모에서 원화의 약 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엔화는 세계 외환 거래의 23%를 차지하며 ‘3대 통화’ 대접을 받는 데 반해, 원화는 거래비중이 1.2%에 그쳤다.

 글로벌 경쟁력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일본에 크게 뒤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품목수를 봐도 확연히 차이가 드러난다. 세계 1위 제품의 숫자는 일본이 231개로 우리나라의 64개 보다 3.61배 많았다. 2010년(3.54배)에 비해 한 걸음도 차이를 줄이지 못한 셈이다. 포춘 500대 기업에 포함되는 숫자도 일본(57개)이 한국(17개)을 크게 앞질렀다.

 정 팀장은 이같은 경쟁력의 차이가 R&D와 투자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총 19명의 노벨수상자를 배출했다. 이 중 16명이 과학과 의학분야에서 상을 탔다. 이에 반해 한국은 수상이 전무하다. 양국의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해외직접투자에서도 2013년 기준 일본이 한국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유럽집행위원회가 2012년 각 기업들의 연구개발 규모를 기준으로 발표한 세계 2000대 기업 조사에선 일본 기업이 353개나 포함이 됐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56개에 그쳤다. 실제로 일본은 도요타와 혼다 등 29개사가 연구개발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우리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3곳에 그쳤다.

김현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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