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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병원이 카리브해로 간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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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박명섭
한국무역학회장 성균관대학교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11월 현재 세계 각국에 진출한 한국 의료기관은 19개국 111곳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이 대부분이며, 요즘에는 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에도 조금씩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 진출한 병원 중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많지가 않다고 한다.

 의료서비스 소비자와 생산자의 이동 여부로써 의료서비스 무역의 형태를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의료서비스의 소비자만 이동하고 생산자는 이동하지 않는 경우가 의료관광에 해당한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이동하지 않는 경우는 통신의료, 통신진단 등 원격의료가 여기에 해당한다. 소비자는 이동 않고 생산자만 이동하는 경우가 병원의 해외진출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카리브해의 그랜드 케이만 섬에 나라야나 헬스병원 그룹을 모체로 하는 심장외과가 올해 2월 25일에 개업했다. 이것은 인도 병원이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비행기로 90분, 미국의 환자가 늘고 있어, 140상의 침상을 10년 후에 2000상으로 확대할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01년에 창업한 인도의 나라야나로서는 최초의 해외진출이다. 나라야나는 저렴한 수술비로 유명하다. 외과수술에서 가장 어려운 수술로 알려진 심장수술은 인도 평균의 반액이며, 미국의 불과 몇 % 밖에 되지 않는다.

 의료서비스 무역이 현재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료분야에 있어서의 무역은 소비국 또는 제공국 양측 모두의 공중위생의 문제에 저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보다 경쟁적인 환경에서 효율적인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목표로 해야 한다.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단순한 규제완화가 아니라 보다 양호한 규제의 실현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의료서비스 무역의 현실과 문제점 등을 조명하고 의료수출의 경쟁력 증대를 위한 발전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박명섭 한국무역학회장 성균관대학교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