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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The New York Times

같은 민주당이라도 힐러리는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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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힐러리 클린턴은 최근 시사·문예지 ‘애틀랜틱’과 인터뷰했다. 자신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했기 때문에 즉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누가 옳은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클린턴은 오바마가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대항한 온건 반대파를 더 지원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反)아사드 시위를 시작했던 국민이 싸움을 이어갈 힘을 키우도록 돕지 못했다. 그 결과로 생긴 공백을 지하드주의자들(jihadists)이 차지했다”고 클린턴은 말했다.

 클린턴은 오바마의 지성과 판단력에 존경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자신은 보다 공세적 외교를 펼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강대국엔 체계적인 원칙이 필요하다”며 오바마가 말한 ‘멍청한 짓을 하지 마라(Don’t do stupid stuff)’는 “원칙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민주당 내에도 다양한 외교정책 기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라크 시대’나 다름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최근 미국 대통령 4명은 모두 이라크 문제에 얽매일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위기의 핵심을 이라크가 대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은 통치에 실패한 세속 정부와 이슬람 극단주의 간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인터뷰에서 클린턴은 현 상황을 냉전에 비유했다. 지하드주의라는 적대적인 이념이 이끄는 글로벌 운동과 미국이 대결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드 단체들은 영토를 다스리고 있다. 그들은 절대 기존 영토에 머물지 않고 영토 확장에 나설 것이다.” 가자지구에서건 시리아나 이라크에서건 지하드는 “결국 하나의 거대한 위협”이라는 게 클린턴의 인식이다.

 클린턴은 민주당 내에서도 트루먼·케네디의 외교 전통을 계승한다. 그는 미국을 위협하는 적대적 이념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의 어조에서는 ‘근육질’이 느껴진다. 클린턴은 또 대전략(大戰略) 차원에서 생각한다. 클린턴은 “민주주의에 적대적인 세력을 봉쇄·억지·격퇴하기 위해 미국은 최상위의 ‘총괄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냉혹한 행동이 필요한 때도 있다고 주장한다.

 클린턴은 최근 이스라엘이 취한 정책을 포용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로켓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했다”며 “이번 충돌은 하마스가 먼저 시작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최종 책임도 하마스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어조는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봄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행한 연설이나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과 한 인터뷰에서 설명했던 접근법과 상당 부분 충돌한다.

 지금까지 오바마는 지하드주의와 전쟁을 벌이는 것이 그의 외교 정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다. 그가 제시하는 외교 정책의 절차는 타협·포용·규칙·규범을 중시한다. 육사 졸업 연설에서 그가 ‘위협’으로 지목한 것은 상대편의 전술과 테러였다. 지하드주의라는 이념이 아니었다.

 오바마는 신중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미국이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할 때마다 실수를 저지른다고 주장한다. 그의 본성은 군사 개입에 반대한다. 정말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그는 천성적 기질에 반대되는 결정을 내린다. 육사 연설에서 오바마는 군사행동의 요건을 강화했다. 그는 “민간인 사상자가 없으리란 게 거의 확실한 경우”에만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와 클린턴은 각기 다른 민주당의 외교정책 경향을 대표한다. 이라크 상황을 설명할 때에도 클린턴은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를 확실히 물러나게 하지 않으면 ‘통합의 정치(inclusive politics)’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반면 오바마는 이라크 국민 스스로가 ‘통합의 정치’를 만들어 내지 않으면 미국이 이슬람국가를 밀어내는 일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클린턴은 미국의 개입을 지향하는 발언을 하지만, 오바마는 이를 지양하는 주장을 한다. 물론 상황이 어쩔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오바마도 개입을 확대하는 쪽으로 움직일지 모른다.

 클린턴의 접근 방식이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우리는 흥미롭게 지켜보게 될 것이다.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도전을 받으리라 확신한다.) 나는 클린턴의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암은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게 말기 수술보다 더 안전하다. 억제시키지 않으면 중동에서는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악의적 세력이 계속 자라난다. 우리 우방들의 내정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이들 세력을 막을 여력이 없다면 전 세계가 다양한 수단으로 견제에 나서야 한다. 지난 1년간 미국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한 일이 거의 없다. 미국은 이슬람국가에 종말을 가져오거나 아니면 이라크에서 손을 뗀 상태로 남아야 한다. 둘 다 선택할 수는 없다.

 클린턴이 선호하는 공격적인 예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종국에는 오바마가 질색하는 대규모의 위험한 군사행동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8월 11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