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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붐」이는「마당극」…예술성의 정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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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극>
이=지난해 우리 연극계에는 연극의 개념과 공간을 확대해 보려는 마당극의 시도가 활발했지요. 봄철 대학연에서의 마당극이「붐」과 더불어 젊은 연출가 임진택씨를 비롯, 극단「76극장」의 기국숙씨,「공간사랑」의 강영걸씨, 극단「연우무대」등이 나름대로의 마당극을 보여주었는데 지속적인 실험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무척 아쉽습니다.
한=마당극은 크게 보면「민주주의의 보편적 확산」과도 맥이 통하는 것 같아요. 마당극의 형식이 추구하고 있는 것은 결국「예술을 만드는 자」와 「감상하는 자」의 간격을 없애자는 건데 민주주의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통치자와 피통치자가 함께 정치에 참여하는….
이=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사회에 동참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이상사회의「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마당극은 올해에도 연극 인구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식의 과잉 노출이라든가, 생경한「메시지」만의 전달, 진통극적 요소의 무조건 접합 등 몇 가지는 극복돼야 할 문제지요.
한=그렇습니다. 마당극을 사회극의 일종으로, 연극의 민주화 방안의 하나로 파악한다면 반드시 양식을 전통극 쪽에서 끌어들 필요는 없지요. 마당극을 주도하고 있는 젊은「그룹」 들이 기예연마, 즉「예술성의 심화」에 관심을 쏟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이해랑 선생이 주장하시는「리얼리즘」의 철저화에다 마당극적 폭발력이 합쳐질 수 있다면 금년 연극가의 전망은 상당히 밝은 셈이죠. 마당 극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지난해 활발한 활동을 보인 극단 쪽으로 화제를 들러볼까요.
한=극단「동랑 레퍼터리」가 오랜만에『내·물·빛』『초혼』『봄이 오면 산에 들에』를 연속 공연, 저력을 보였지요. 이 작품들은 옹색한「리얼리즘」의 틈을 깨면서 한국인의 근본적인 심성을 추구하는가 하면(『초혼』『봄이 오면…』) 고도의 기계 문명에 대한 한 반응으로서 지극히 실험적인 형태를 제시하기도 했는데(『내·물·빚』) 금년에도 이「그룹」의 작업이 주목됩니다.
이=대규모「뮤지컬」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 극단「현대 극단」, 창단 20주년을 맞아 또 하나의 공연장(운현 극장)을 마련한 극단「실험 극장」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지요.
김의경·김동열씨의 경영자로서의 역할은 우리 연극인들의 불합리한 극단경영에 비추어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한=연극 외적인 인물들의 연극계 참여가 두드러졌던 것도 지난해 의한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이경희씨와 심우성씨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인형극 공연,「세실」극장을 인수한 극단」기획실(대표 이영윤)의 활동이 대표적이죠.
이=한편 지난해 기성극단의 활동을 훑어보면 올해도 상업극 시비가 여전할 것 같고 또 그것이 연극의 다양화를 위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한=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에는 월 평균 15편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고 해요.
이틀에 한편씩 새 작품이 선을 보였다는 얘긴데 우리의 연극 인구수나 전체적인 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는 형편이거든요. 이런 상태로는 상업극 다운 상업극도 나오기 힘듭니다. 우리 극단들이 너무 돈버는데 급급하지 말고 최소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내용의 충실」쪽으로 눈을 돌러주었으면 좋겠어요.
이=지난해에는 두드러진 극작가나 연출가가 드물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우수 창작극은 적지 않았지만 그것이 대부분 최인열씨와 오태석씨 작품이어서 보다 넓은 작가 층이 아쉽고 연출가로는 『내·물·빛』의 김우옥씨,『사람의 아들』『세일즈맨의 죽음』의 윤호진씨 정도지요.
한=오태석씨는 전반기에『1980년 5월』, 후반기에 『산수유』를 발표했는데 매번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어 주목됩니다.
보통 초기작품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가는 과거의 작품을 심화시켜가면서 변신을 꾀하고 있어요.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됩니다.
이=한동안 좋은 작품을 발표했던 중견 극작가 이현화·노흥식·이건백씨가 오래 부진한데 이들의 활동이 재개 된다면 올 연극계가 상당히 풍성해지리라 봐요.
한=여류로서 이병원·강추자씨도 저력있는 극작가들인데 여성의 독특한 세계를 그려 보일 수 있는 새로운 여류 극작가들이 나와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타「장르」에서는 여성들이 점점 강화를 보이고 있지 않습니까?
이=올 연극계는 잦은 국제교류가 상당히 활기를 떨 것 같습니다 3월의「제3세계 연극제」는 특히 극계 안팎의 기대를 모으고 있죠. 우리로서는 처음 치러보는 국제 행사이니까요.
한=우리의 정치·사회적 상황이 유사한 제3세계 국가들의 연극을 직접 대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연극으로서는 다시없는 기회입니다.
제3세계의 연극인들이「전통의 현대화」라는 공통 과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가고 있는가도 생생히 볼 수 있겠고 우리 연극의 전통성을 재인식하는 계기로서의 의의도 깊겠구요.
이=방태수씨가 추진 중인「아시아」「팬터마임·페스티벌」도 반드시 실현되었으면 합니다.
한평「삼일로 창고극장」·「공간사랑」·종합 문예회관 등 주 연극공연장의 판도변화도 올 연극계를 움직이는 한 변수로 점칠 수 있겠습니다.(정리=이덕규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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