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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인플레·무역 적자 3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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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혼미 속의 세계 경기>(6)중남미
80년은「아르헨티나」에 있어서는「희망의 성」을 눈앞에 둔 듯한 행복한 한해였다. 그동안 3자리 숫자에서 기를 쓰며 오르기만 하던「인플레」가 마침내 2자리 숫자(90%이하)로 내려섰던 것이다. 「인플레」율의 3자리숫자 탈출을「아르헨티나」정부는『과감한 수입 자유화 정책을 계속 유지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라고 풀이하고『이는 6년만에 쟁취한「아르헨티나」경제의 일대 승리』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90%의 고「인플레」율을 경제적 승리라고 기뻐하는「아르헨티나」의 경우야말로 중남미 경제의 어려운 실상을 상징하는 하나의 예화가 될 것이다.

<유례없는 저 성장>
80년의 중남미 경제는 한마디로 경기후퇴·「인플레」·국제수지 악화라는 3중고 속을 헤맸다.「유엔」중남미 경제 위원회(ECLA) 가 최근 발표한 80년 경제 실적보고에 따르면 이 지역의 평균 성장률은 5·3%,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54%, 경상수지 적자는 2백50억「달러」로 돼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평균 6·3%의 성장을 보였던 79년에 비하면 크게 후퇴한 것이다.
중남미 여러 나라 가운데서도 경제 상황이 가장 악화돼 있는 나라가「엘살바도르」. 극좌·극우 세력의 충돌로 80년 한햇 동안 9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엘살바도르」는「마이너스」 6%로 79년(「마이너스」3·1%)에 이어 2년 연속「마이너스」성장이란 불운을 맛보았다.
작년 7월l7일「가르시아·메사」장군의 주도로 1백89회째「쿠데타」를 성공시킨「볼리비아」역시 1%정장이란 저 성장에 머물렀다.『정치가 불안하면 경제도 불안해진다』는 공식을 증명해 보인 예가 되겠지만, 특히 집권 군부에 대한 원조중단을 선언한「카터」미 행정부의 조치로「볼리비아」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볼리비아」국립은행장「페르난도·메도야」씨는 미국의 대 「볼리비아」원조 중단선언이 있은 직후 『이것은 「볼리비아」의 목을 죄는 행위이며 2억5천만「달러」의 외원이 끊길 경우「볼리비아」경제는 6개월 이내에 고사해 버릴 것』이라고 말해「볼리비아」경제의 취약성이 극도에 달해 있음을 시사했었다.
「니카라과」는 중남미 나라가운데서는 유일하게 14%란 2자리숫자의 성장을 이룩했으나 아직도 79년7월 혁명 이전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채 작년 하반기부터 생필품의 부족, 물가고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인플레」율을 1백%대 이하로 끌어내리는데 일단 성공한 「아르헨티나」도 그 반동 때문에 고민이 적지 않다.
우선 제조업계와 금융계에 일대 도산 선풍이 불어닥쳤고 79년에 대폭 흑자를 보였던 국제수지는 무역적자와 자본의 해외유출 때문에 28억「달러」적자로 급전직하했다.

<업계에 도산 선풍>
경제면에서의 실패는「베네쉘라」나 「브라질」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40「달러」 의 고유가 시대에 산유국이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베네쉘라」는 80년에 불과 1%의 성장밖에는 기록하질 못했다.
7·5%성장의「브라질」도 고도성장 정책 추진에 따른「인플레」(작년11월말 현재 1백12%)와 국제수지의 악화로「사웅파올루」공업 연맹같은 단체에서는 대통령에게「긴급지휘권」의 발동을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남미 여러 나라는 특히 대외분무의 급증으로 커다란 압박을 받고있다. ECLA보고에 따르면 이 지역의 80년 경상적자 폭은 79년에 비해 30%나 늘어난 것으로 돼있다.
작년 한햇 동안 세차례나 불어닥친 유가인상의 영향을 톡톡히 받은 셈이다. 산유국인「멕시코」나「베네쉘라」는 표면상 이들 비산유국보다는 상태가 나은 듯 하지만 대신 급격한 공업화 정책으로 인한 수입의 급증으로 국제수지가 불균형을 이루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외차관으로 간신히 수지불균형의 구멍을 메워나가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을 뿐이다.
눈에 띄는 것은 중남미지역의 외자도입 실적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 79년에 2백60억 「달러」에 달했던 외자도입액은 80년에는 35억「달러」가 줄어든 2백60「달러」에 그쳤다. 이것은 국제금융계가 중남미처럼 정부안이 그치지 않는 나라들에는 투자를 꺼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81년에 들어서면서 중남미 지역 국가들이 무엇보다도 우려하고 있는 것은 선진 공업국들의 경기후퇴. ECLA의 선진국의 경기가 나쁘면 보호무역주의가 고조될 것이고 또 돈을 꾸기 어려워 국제수지의 악화를 더욱 부채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돈 꾸기도 어려워>
「코스타리카」「자메이카」에 이어「브라질」도 벌써부터 IMF(국제통화기금)쪽에 자금인출의 줄을 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년부터「아르헨티나」는 군정 2년째로 들어간다. 「멕시코」는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맞게되며「브라질」도 82년이면 총 선거를 치르게 된다. 소위「정치계절」이 열리는 것이다.
이 「정치계절」을 순조롭게 넘기기 위해서는 어느 나라건「궁색의 경제」를 되돌릴 수 있는 발전적 경제정책을 수립해 실천해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뉴욕=김재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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