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이상해-김영임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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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독 눈이 많은 겨울이다. 이상해씨(33)의 집을 찾는 날도 밤새 눈이 발목에 잠길 만큼 많이 내렸다.
이씨가 마당의 눈을 쓸고 있었고 부인 김영임씨(26)가 앞치마를 두르고 그 뒤쪽에 서서 눈을 치우는 남편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이 이가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어요. 오늘 손님이 오신다니까 공연히 이런 부산을 떠는 모양이예요.』
부인이 슬쩍 눈을 흘겼고 두 사람은 이말 끝에 함께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지난해 11월26일 결혼식을 올린 이씨 부부는 서울 신 장위동에 신접살림을 차렸다.「코미디언」이상해씨와 민요가수 김영임씨의 결혼생활은 이제 겨우 두달을 넘기고 있는 셈이다.
꿀같은 생활임이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와 행동에서 풍겨 나오고 있었다.
한적한 주택가에 들어앉은 이씨 집은 깨끗이 손질돼있는 뾰족 지붕의 집이다. 대지 52평에 건평 30평의 이 2층집은 눈온 뒤의 따뜻한 햇살 때문일까 퍽 포근해 보였고 안정된 느낌을 주었다. 집도 주인을 닮는다고 했는데 구석구석 잘 가꿔지고 정돈된 것이 이 집 주부의 깔끔한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동양화 몇 폭이 집안 운치를 더해주고 다루기 힘든 난초 10여 그루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몇종의 꽃꽂이도 집안을 돋보이게 하고 했는데 이씨는『모두 집사람의 솜씨지요』하며 약간 으쓱해 보였다. 안방은 더욱 정갈했다. 머리맡으로 문갑 한 쌍이 나란히 놓여있고 그 양편에 4방 탁자가 하나씩, 그리고 김씨의 손때가 묻은 키가 큰 가야금 하나가 단정히 벽에 기대 서있다.『나야 뭐 게으르고 계획성이 없어서….집안 정리하고 가꾸는 것도 여자들의 취미인 모양』이라고 이씨는 말했다.「텔리비젼」을 통해 이상해 씨의 그 수선스럽고 다변의 연기만을 보아온 기자로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잘 정돈된 집안이었다. 『다 저 사람 때문』이라고 이씨는 다시 한차례 부인을 추켜세웠는데 찻잔의 들고 들어온 부인은 남편의 이 말을 되받아 툭 쏘았다. 『공연한 공치사』란 것이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그치지 않는 부인의 얼굴은 마냥 행복스런 표정이다.
주부 김씨의 하루는 바쁘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방송국으로 나가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고 나면 설겆이며 집안청소, 그래서 12시가 돼서야 허리를 편다고 했다. 부인의 방송국 출연이 있는 날은 더욱 정신이 없다고. 그러나 『이게 다 낙이라고 생각하면 일하는 것이 행복스럽다』고.
『저이가 생각보다 너그럽고 성실해 든든하고 고맙다』고 부인은 남편을 추켜세웠다.
생활의 건조함을 막기 위해 꽃꽂이를 하고 있는데, 꽃을 만지는 일이 여성에겐 좋은 취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씨 집 대문 켠에 키가 6m정도 되는 우람한 번오동 한 그루가 서있다. 여름이면 잎새가 온 마당을 덮을 것 같다.
『우리의 첫아기가 태어나면 저 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아기에게 젖을 먹일 거예요」. 그리고 신부답게 김씨는 얼굴을 붉혔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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