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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행사에, 애플과 협상에 … 주목받는 이재용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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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17일 중국 난징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올림픽 공식 후원사 연장 계약서’에 사인한 뒤, 태블릿 PC ‘갤럭시 탭’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잇단 글로벌 행보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46)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입원 치료중인 이건희(72) 회장을 대신해 그룹 차원의 굵직굵직한 계약은 물론 국내외 현안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 특히 대결 구도로만 치닫던 애플-삼성 특허 소송을 ‘화해모드’로 바꾸고, 답보 상태였던 사내 직업병 협상에 적극 나서는 등 본인만의 경영 색깔도 속속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안팎에서 제기되는 리더십 공백 우려를 빠른 속도로 잠재우고 있다.

 이 부회장은 17일 중국 난징(南京)에서 열린 ‘IOC 공식 스폰서 계약식’에 참석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까지만 체결돼 있던 올림픽 스폰서 계약을 국내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과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까지 연장하기 위한 자리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번엔 공식 스폰서 범위를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태블릿 PC, 노트북, 데스크톱 PC, 프린터까지 확대했다”면서 “스포츠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파괴력을 이 부회장이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스폰서 연장 및 품목 확대가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IOC는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직접 IOC 위원을 겸임하고 있을 만큼, 삼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현재 국내 IOC 위원은 이건희 회장과 함께 선수 위원 몫인 문대성 국회의원(새누리당), 단 두 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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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중국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광둥(廣東)성에서부터 베이징(北京), 난징까지 2박 3일간 약 3000㎞를 이동하며 스마트폰·태블릿 PC와 가전 기기 등에 대한 현지 점검에 나섰다. 샤오미·레노보와 같은 중국 후발주자들의 빠른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조치다. 15일에는 중국 광둥성 내 삼성 휴대폰 생산공장을 찾아 생산 현황을 점검했으며, 다음날 베이징에서는 중국법인 고위 임원들과 전략 회의를 주재했다.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의 한 임원은 “저가 시장에서부터 다른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공격적인 마케팅 방안을 논의했다”며 “스마트폰 산업에서 ‘부품→완제품→유통’ 등 전 부문을 한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곳은 삼성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장점을 극대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유럽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역할 확대’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달 8~16일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했다. 이어 약 3주 뒤인 이달 6일 애플과 삼성전자는 미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스마트폰 관련 특허소송을 쌍방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지루한 소모전 양상을 띄던 두회사의 특허 공방의 방향을 트는 데 이 부회장이 최종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 부회장은 미국 내 삼성전자 거점과 연구개발(R&D) 센터 등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3억 달러(약 3100억원)를 들인 캘리포니아 연구개발(R&D) 센터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 부회장이 그룹의 키를 잡으면서 삼성과 연관된 사회적 이슈에서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선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사의 단체협약 협상을 타결지었으며, 반도체 사업장 내 직업병 문제에서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측과 협상 중에 있다.

 한편 이 회장의 건강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대신 자가호흡이 가능할 정도까지 차츰 호전되고 있다. 이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 이 회장 건강은 여러 측면에서 나아지고 있다”며 “삼성병원 의료진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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