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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도 저커버그도 '얼음물 샤워'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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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14일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사진 왼쪽). 저커버그가 지목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15일 얼음물을 쏟는 기구(가운데)를 직접 만들어 캠페인에 참여했다. [사진 페이스북]

“제 다음 차례는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셰릴 샌드버그(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리드 헤이스팅스(넷플릭스 CEO)입니다. 24시간 안에 해야 돼요!”

 정원에 서 있는 마크 저커버그(30)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이렇게 외친 뒤 갑자기 얼음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쓴다. 저커버그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화제가 된 이 영상은 최근 미국 전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 캠페인의 일환이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미국루게릭병협회(ALS)에서 환자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으로 지난달 말 처음 시작했다. 규칙은 단순하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영상을 올린 사람은 다음 타자 세 명을 지목할 수 있다. 지목받은 사람은 24시간 내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ALS에 100달러를 기부해야 한다. 물론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기부까지 해도 상관없다.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 팀 쿡 애플 CEO, 토크 쇼의 전설 래리 킹 등 정치·사회·문화계 저명 인사들이 잇따라 참여하며 삽시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ALS는 현재까지 약 760만 달러(78억원)가 모였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고(故) 로버트 케네디 전 의원의 부인 에넬 케네디로부터 지목을 받았다. 그러나 오바마는 기부로 대신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백악관이 전했다.

 “좋아. 도전은 기꺼이 받아들이는데, 난 더 잘하고 싶단 말이지.”

 저커버그의 지목을 받은 빌 게이츠도 규칙에 따라 24시간 안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2분30초짜리 영상에서 줄을 잡아당기면 머리 위로 얼음물이 자동으로 쏟아지는 장치까지 제작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저커버그는 게이츠가 올린 동영상에 “이게 더 좋은 설계네요. 잘했어요”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같은 참신한 마케팅 기법은 보스턴칼리지 야구선수 출신으로 루게릭병 환자인 피터 프레츠가 처음 고안했다고 한다. 루게릭병은 퇴행성 신경계 희귀 질환으로 서서히 팔다리가 약해져 움직일 수 없게되며 결국 호흡근이 마비되면서 사망에 이른다. 1930년 뉴욕 양키스의 루 게릭이 이 병으로 숨지면서 그의 이름을 따 ‘루게릭병’으로 불린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좋은 쪽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동시에 새로운 자선 활동의 방식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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