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불명예를 씻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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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무관의「챔피언」국으로 전락한 한국「프로·복싱」이 김철호를 시발로 1월부터 3월까지 박찬희·박종팔 등 세차례 모두 적지에 뛰어들어 세계 정상에 도전,「타이틀」획득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우선 김철호는 오는 25일 낮(이하 한국시간)「베네쉘라」「카라카스」에서「챔피언」 「라파엘·오로노」와「타이틀·매치」를 벌여 새해들어 첫 주자로 나선다.
이어 2월3일 박지희가 동경「고오라꾸엔」(후악원)에서「챔피언」「오오꾸마·쇼오지」 (대웅왕이)와 와신상첨의 세번째 대결을 벌인다. 도 동양에선 최중량급인「미들」급의 박종팔도 오는 3월22일 미국에서 WBA·WBC통합「챔피언」인「마빈·해글러」와 일전을 갖게된다.
국내 전문가들은 상반기 세차례 세계 정상도전에 대해 박찬희에게 가장 승산을 걸고 있을 뿐 김철호나 박종팔에 대해선 비관적 전망을 내리고 있다.

<김철호-오로노 전>
선두주자인 김철호는 신인인데다 더구나 적지여서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승훈과 같이 발과 손이 빠른「복서」도「오로노」의「스피드」를 끝내 잡지 못한 것으로 보아 느리고「스트레이트」일변도의 김은 더욱 승산이 희박한 것이다. 그러나「오로노」는 지난해 10월 3차 방어전 이후 복부수술을 하는 등 최근「컨디션」이 최악인 것으로 알려져 김철호의「펀치」력과 신예다운 투지에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박찬희-오오꾸마전>
박은 지난해 10월18일 1차 도전에서도 우세한 경기를 펼쳤으나「홈·디시전」에 의해 억울하게 판정패, WBC에 이 판정을 제소한끝에 이의가 받아들여져 재대결이 이루어진 것이다.
박은 재 대전이 결정되자 지난해 11월부터 그의 최대 취약점인 채력 보강에 중점을 두고 집중적 훈련을 해왔다. 특히「아마티」「콤비」를 이루어온 강준호씨를 새「트레이너」로 맞아 종전의「훅」위주에서「스트레이트」를 주무기로 하는 새로운 공격「패턴」을 개발했다. 공개「스파링」에서 보여 준 그의 위력적인「라이트·스트레이트」는 왼손잡이「오오꾸마」를 잡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주무기로 보여지고 있다.

<박종팔-해글러전>
한국「프로·복싱」사상 처음으로 최중량급인「미들」급에 도전하는 박종팔은 상대「해글러」가 위낙 강자여서 대전에 의의를 두고있는 실정. 그렇지만 박은 15연속 KO승을 거두며 동양권에선 상대를 못 구해 고심할 정도의 강「펀치」의 소유자여서「러키·펀치」들은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박종팔은 김현치「매니저」와 함께「챔피언」「해글러」의 1차 방어전을 관전키 위해 16일 대전 장소인 미국「보스턴」에 날아가「챔피언」의 전력을 정밀분석 한 뒤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대전 계약을 체결한다.
박 측은 관전 후 승산이 희박하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에는 지체없이 대전을 연기, 기량을 더 보강할 시간을 벌거나 새로운「챔피언」에 도전하는 치밀한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
▲김기수씨(전「주니어·미들」급 세계「챔피언」)=81년도에 가장 기대가 큰「복서」가 박찬희다. 박이 그동안 1차전 때 취약점으로 나타난 연타와 체력부족에 대해 훈련만 쌓았다면 승리는 틀림없다. 그러나 김철호와 박종팔은 너무 빠른 세계 도전이라고 본다. 우선 두 「복서」는「테크닉」은 물론「스피드」에서 너무나 열세다.
▲조익성씨(한국 권투 위원회 사무국장)=박찬희의 승산이 가장 높다. 박은 이미「오오꾸마」와 두번 대결한 바 있어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데다 기량이 워낙 뛰어난「복서」 이어서 기대가 크다. 그러나 김철호와 박종팔은 워낙 상대가 강해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김영기씨(「복싱」해설가)=박찬희는 지난 l차전 때와 같은「홈·디시전」만 없다면「타이틀」을 탈환하리라고 본다.
박은 이미 지난해「멕시코」의「에스파다스·칸토」와 같은 세계적「복서」와의 대결에서 그의「테크닉」이 정상임을 입증했다.
또 김철호와 박종팔에 대해서도 비관만은 안 한다.「복싱」은 항상 의외성이 있고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 많지 않은가.
▲고두현씨(주간「스포츠」체육부장)=박찬희의「타이틀」획득은 밝다고 본다. 지난해 1차도전 때의 경기내용이 좋았고 무엇보다도 박의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박이 그동안 충실한 훈련을 쌓아「스태미너」도 좋아져 승산이 밝은 것이다. 그러나 김철호·박종팔은 적지에다 기량도 뒤져 어려운 경기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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