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패선·디자이너」정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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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의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입는 이의 체격에 잘 맞추는 일이다. 이 일을 효과적으로 잘 해내기 위해 「파리」의 고급 맞춤 의상실은 수많은 「마네킹」을 마련해 놓는다.
고객을 「사이즈」별로 나눈 후 옷을 주문할 때마다 그 사람의 몸매에 맞게「마네킹」 을 보완한 후 입체 재단에 들어간다. 그 까다로운 과정을 지켜본 분은 아름다운 의상이 지닌 참뜻-그 인내를 알게 된다.
키가 적당히 크고 채형에 별 이장이 없을 때는「디자인」을 고르는데 큰 문제가 없다. 유난히 가슴이나「히프」가 크다거나, 다리가 짧다든가 하면 이러한 결점을 최소로 줄여주고 약점을 도리어 매력으로 유도해줄 수 있어야 하겠다.
「지방시」에서 일할 때의 경험인데 상체는 표준인데 하체가 유별나게 큰 고객을 위해 「디자인」한「롱·드레스」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상체는 지나치다할 만큼 꼭 맞는「스타일」에 하체는 넒은 「플레어·스커트」에「패티·코트」마저 곁들인 풍성한 것이었다.
얼핏 효과적이려면 반대가 되어야 하지않을까 했는데 의구심도 순간적이었고 실제 주인공이 「드레스」를 입었을 때는 아주 세련된 모습이었다.
이처럼 우리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하며 이를 통해서만 세련된 자신을 만들 수가 없다.
직업적인「모델」이라고 해서 결점이 없지 않다.
그들은 전문적으로 어떻게 옷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연구함으로써 무대 위에서 자신의 결점이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운 자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한국 여성은 대체로 상반신보다 비중이 큰 하반신에 어깨가 앞으로 굽은 경우가 많다. 이런 체격은「디자인」을 논하기 전에 우선 스스로의 결점을 알고 자세부터 바꾸도록 한다.
어깨를 쭉 펴고 사뿐사뿐 명쾌하게 걸어봄으로써 우선 전체적인「실루엣」에 활기를 줘야한다.
또 옷에 따라 알맞는 걸음걸이와 자세를 취할 줄 알아야 한다. 여성적인「드레스」를 걸쳤을 때는 우아하고 조금은 느릿한 걸음이, 「판탈롱」같은 활동적인 옷을 입었을 때는 활발하고 경쾌하게 걸을 줄 알아야겠다..
타고난 체험만을 탓할 것이 아니고 닦고 가꿈으로써『제2의 나』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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