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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생각의 역습’] 환산할 수 없는 성공·행복의 차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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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호 29면

한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동일한 금액이라 할지라도 이익보다 손실을 약 2.5배 크게 느낀다고 한다. 즉 1만원을 공짜로 얻었을 때의 기분이 +10이라면, 1만원을 잃어버렸을 때의 기분은 -10이 아니라 -25정도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간의 행동은 동일한 수준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가능한 한 손실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음을 보자.

A. 4만원을 얻을 80% 확률
B. 3만원을 얻을 100% 확률

확률에 의한 기대값은 A가 3만2000천원(4만원x80%)이고 B는 3만원(3만원x100%)이다. 우리가 경제학에서 의미하는 합리적 인간이라면 A를 선택하는 게 맞다. 하지만 실제 실험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B를 택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뇌는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원시시대 우리의 조상들은 장기 생존에 대비하기 위해 어느 정도 식량을 비축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식량(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지만, 그 기회가 없다고 해서 당장 생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축한 식량을 도둑맞거나, 빼앗기거나, 잃어버렸을 때와 같은 손실 발생은 그 즉시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돌변한다.

만약 길을 가다 숲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는 정체불명의 동물이 토끼일 확률과 사자일 확률이 반반이라 가정해 보자. 원시시대 조상들에게 토끼는 한 끼의 맛있는 식사를 의미하지만, 사자는 곧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손실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진화했다. 오늘날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류는 가장 신중하고 조심했던 조상의 후손들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의 손실 회피성은 이미 유전자 깊숙이 장착돼 있는 본능적 기능으로 매우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작동한다. 이로 인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120만원을 받지만, 뒷면이 나오면 100만원을 내 놓아야 하는 게임이 있다고 해도 선뜻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 동일한 확률이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120만원을 얻으리라는 기대감보다 100만원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더욱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의 손실 회피 경향은 확률에만 영향을 받을까? 다음의 주사위 던지기 게임을 보자.

A. 주사위를 던져 1~5가 나오면 당신은 1만원을 얻고, 6이 나오면 1만원을 잃는다
B. 주사위를 던져 1~5가 나오면 당신은 100만원을 얻고, 6이 나오면 100만원을 잃는다

A와 B는 무엇을 선택하던 약 83%의 확률로 당신에게 매우 유리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동일한 확률 게임이더라도 A보다 B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동일한 확률이라도 배팅 금액이 커질수록 손실에 대한 두려움도 같이 커져 손실 회피성이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뇌는 뭔가 얻는 기쁨보다 이미 가진 것을 잃게 될 때 더 큰 충격을 느낀다. 이 때문에 우리의 행동은 무언가를 추가로 얻을 때보다 이미 가진 것을 잃지 않기 위한 상황에서 더욱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투입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일의 성공을 위해 오늘의 일상을 기꺼이 소진한다. 성공과 행복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우리의 뇌는 잃는 것의 2.5배 이상을 얻어야 손실감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 가족과 친밀감, 평범한 일상 같은 주변의 소중한 것은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성공과 행복은 다른 것이다.

최승호 도모브로더 이사 james@brodeu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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