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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최백호·김자옥 부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어서 오세요』-.
김자옥씨(31)가「아파트」현관문을 열었다. 뾰족이 내민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는데, 눈이 조그맣게 보이는 그 따뜻한 웃음과 말씨는「텔리비전」에서 보던 금씨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눈길이 미끄러웠을 텐데….』
방석을 권하며 김 여사(?)는 다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안방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여보, 뭣하세요. 벌써 손님이 오셨는데…』지방 공연을 갔다가 밤늦게 귀가, 늦잠을 즐기고 있던 최백호씨(32)가 그때서야 허겁지겁 거실로 나놨는데 맨발이었다. 『에구머니, 양말을 신으셔야지요』 김 여사가 또 한차례 곁들이자 최씨는『어이구, 그랬던가』하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김씨의 웃음이며 말씨는「탤런트」시절의 옛날 그대로였지만 남편을 윽박지르는 솜씨는 연락 없이 여느 가정의 평범한 주부 그대로의 모습이다.
결혼 4개월 사이에 대「스타」는 이렇게. 한 가정의 주부로 변신한 것이다.
최·김 부부가 사는 곳은 서울 동작구 반포동의 주공「아파트」다. 지난해 9월1일 결혼식(「호텔 신라」영빈관)을 올린 뒤 바로 이「아파트」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아파트」평수는 16평.「스타」의 집치고는 약간 좁은 느낌이었지만 그러나 본인들의 생각은 달랐다.『36평 짜리「아파트」도 있었어요. 그러나 두 사람이 살기엔 그「아파트」는 낭비예요. 이 정도면 두 사람이 생활하기엔 조금도 불편함이 없는 걸요)또박또박 말하는 투가 알뜰살림꾼 그대로다.
『말도 마세요. 가정부·운전기사 다 내보냈지요. 물건값 깎아 내리지요, 더운 물 아낀다고 냉수에 설겆이 하지요, 전등 끄지요. 깍쟁이 다 됐습니다.』
남편 최씨의 말이다. 그러나 그 투정과는 달리 최씨의 얼굴은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사뭇 흐뭇한 표정이다.
김씨는 결혼과 함께 모든 연예활동에서 손을 뗐다. 두 가지 일을 다 잘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본인은 말했다.
『저 사람이 어떻게나 정확하고 빈틈이 없는지 내가 꼼짝을 못해요. 그 덕분에 내 생활이 훨씬 규칙적이 되었고 건전해졌지만…』그러나 부인의 말은 또 달랐다.『말도 말아요. 저이가 얼마나 아내를 부려먹으려고 하는지, 그냥 손가락 하나 꼼짝 않으려고 그래요. 음식도 어떻게나 가려먹는지. 처음엔 참 너그럽다고 생각했는데 살아갈수록 어려워요. 남자는 다 그런가요?』 그리고는 살짝 눈을 흘겼는데, 이런 공박에도 우씨는 껄껄웃기만 했다. 매사에 자신만만한 태도다.
김씨가 손님이 오셨다고 떡국을 끓였다. 곁들인 김치가 간이 맞아 음식 칭찬을 했더니, 최씨가 『이게 저 사람 솜씨인줄 아세요. 친정에서 가져다 먹는거라구요』남편의 또 한차례 핀잔에 김씨는「까르르 웃으면서 최씨의 팔뚝을 꼬집었다.
거실을 나서는데 남향한 참으로 겨울 햇살이 듬뿍 비쳐들고, 두 사람의「프로필」이 담긴 사진이 활짝 웃고 있었다. 이 행복스런 보금자리에 두 사람의 사랑은 철철 흘러 넘치고 있었다.<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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