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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방학 낭비없이 보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50여일의 긴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이렇게 긴 자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젊은 학창시절은 보람되게 할 수도 있고 자칫하면 허송세월의 빈 껍데기만 남거나 오히려 실수를 하여 자신의 인생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다.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 학생들의 정신은 잘못 해이해질 위험마저 있어 일선교사로서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방학기간은 학교생활을 가정에 옮겨놓는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향상을 꾀하도록 해야한다. 학교라는 단체생활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보충하고 개성과 적성에 맞는 부분에 집중 노력하여 자기영역을 넓혀나가도록 해야겠다. 또 이 기간에 이미 배운 것을 총 정리하고 확인하도록 하며 앞으로 배울 것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생각해 남보다 앞서 나가도록 힘써야 겠다. 이 긴 방학기간을 보다 보람찬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위해 부단한 노력과 실천이 뒤따라야만 한다. 이 기간을 별다른 계획이나 학습없이 소일하고 시간을 낭비한다면 남보다 뒤진 학생이 되고 만다.
가정에서는 공부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만들어 줘야한다.
감독자뿐만 아니라 협조자나 조언자로서 부모나 선배들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계획을 같이 세우고 실천을 확인함으로써 학생의 전인격적 성장이 이뤄지도록 함께 느끼고 대화하고 도와줘야 한다.
또 방학기간은 교우관계가 긴밀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친구란 인격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사귐의 과정은 인간관계와 상호협조, 나아가서는 사회생활의 최소단위로부터 훈련을 한다는 의미도 된다. 사회규범과 질서에 따라 행동하여 민주시민이 될 훈련을 쌓도록 하 고 상식 있는 가치관을 갖도록 하여 뒷날 거친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배양의 기회로 삼도록 해야겠다. 잘못된 교우관계가 선량한 학생을 비뚤어지게 하고 심하면 나락의 구렁으로 빠지게 하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가끔 볼 수 있다.
특히 고교입학연합고사나 대학입학예비고사가 이미 끝나고 졸업시험도 끝난 학생들의 정신은 해이돼 있다. 더벅머리의 교복학생들이 길거리를 삼삼오오 몰려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요즈음 길거리에서 많이 눈에 띈다. 그래서 졸업식을 2월로 연기했는지는 모르지만 제도적으로 2월 졸업이 졸업반학생들의 소속감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리라 믿지만 사실상의 구속력은 없지 않을까.
고교졸업반학생은 대학생활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과의 경우 영어와 제2 외국어를 연마하는 것이 앞으로의 대학생활을 위해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누구의 감독이나 지시보다는 자기 스스로 공부해야되기 때문에 외국어를 공부해 원서해독의 기초를 튼튼히 해두면 대학생활에 큰 보탬이 된다. 이과의 경우 영어와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 산발적으로 원서 제출이다, 합격자 발표다 해서 다소 어수선한 점도 없지 않으나 침착하게 대처하면서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야한다.
고등학교 생활에서 대학생활로 옮아가는 과도기인만큼 적절한 과제를 나름대로 설정해 이 방학기간을 의미있게 보내는 것이 이러한 어수선해지기 쉬운 시기에 처한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이다.
끝으로 당국은 이 같은 학사적 과도기를 공백으로 남기지 말고 합리적으로 별도의 학사일정을 마련함으로써 이기간이 교육적인 시간낭비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 문제는 앞으로 교육계의 과제로 부각시켰으면 한다.
졸업과 진학의 과도기가 단축되고 합리적인 운용방안이 마련돼 학생에게나 학교에나 교육일반에 무리가 없는 방향으로 학사가 운용되기를 기대한다. 김상수(서울대신고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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