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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사전 선거운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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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거는 6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정가는 흥분 속에 휘말려 들고 있다.
기성정치인중 상당수가 축재·비리 등으로 정계에서 물러나고 그 외에도 수백 명이 정치활동규제를 선고받았다. 종전까지 이름도, 얼굴도 낯선 새사람들이 대거 정계진출을 꾀하고 있어 대규모 정치세력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구나 창당요건을 크게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당법이 개 정되면서 거의 20개에 이르는 정당이 생겨나 초다 당 화의 지경에 이르고 있다.

<허용되는 운동 네 가지뿐>
굳이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모든 계층이 정당정치에 참여해 국민여론이 여과될 것이라는 얘기도 가능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급격한 정치세력의 교체와 지나친 정당난립현상을 놓고 정치풍토 오염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특히 다당화에 따르는 국회의원 후보의 난립은 자칫 잘못되면「5·17」후 정부가 수술을 단행한 구 정치풍토에 버금가는 혼란을 조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과 같은 창당과정의 열기라면 내년4, 5월의 국회의원선거에 이르기까지 사전선거운동 등 각종 형태의 선거부정이 창궐할 소지가 적지 않다.
국회의원 선거 법 상 선거운동은 선거일 공고 후 5일 이내의 후보자등록으로부터 선거일 전날까지에 한해서만 허용되고 있다.
허용되는 선거운동은 선전벽보·선거공보·합동연설회·현수막게시 등 네 가지뿐. 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선거사무소의 사무장, 선거연락 소의 책임자 또는 선거사무원에 한한다.
그러나 과거 열 차례 선거를 치러 오는 동안 선거운동기간에는 물론이고 선거운동이 허용되지 않은 그 이전에도 갖가지 수법이 발전되어 사전선거운동이 자행되어 왔다.

<위반사례는 부지기수>
출마를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경력을 기재한 명함을 돌린다든지 성명이 기재된 책받침·「타월」·연필 등을 배포하는 것은 흔한 수법이다.
선거일 1백80일전부터 기부행위가 거의 일체 규제되고 있지만 교묘한 기부행위가 적지 않았다.
「캘린더」도 기부행위 제한기간 이전에는 선거운동의 목적 없이 단순한 새해 인사를 겸한 의례적인 행위로서만 배부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위반사례가 부지기수.
오히려 이「캘린더」의 인사내용에 특정인을 지지, 추천하거나 지방사업업적을 선전하는 일까지 허다했다. 엄격히 말해 자신의 사진과 경력 등을 표기한「캘린더」는 모두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는 것이다.
각종 모임도 사전선거운동의 수단으로 흔히 활용되어 왔다.
운동경기를 개최하면서 자신의 사진을 담은 안내장을 배부해서도 안되며 선거구내의 씨족이나 동창생들에게 인사 장을 돌려서도 안 된다.
여러 명이 조를 짜서 다방 등을 돌아다니며 입후보 예상 자에 대해 당선가능성이 있다고 선전하거나 지지연판 장을 받고 다니는 위법행위도 많았다.
특정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탈당 문을 당원이나 일반인에게 발송하는 것도 안 되는 일이다.
정당창당 후에 세워지는 연락사무소에 입후보할 사람의 이름을 기입한 사무소 간판을 달수 없으며 당사창문에「앰프」를 시설해「스피커」로 당 가 등을 방송하는 것도 법에 저촉된다.

<경과규정 둬 규제할 듯>
국회의원 임기 중 선거구민으로부터 받은 진정서에 대한 처리결과를 유인물로 작성하여 회신할 때 선가운동의 목적이 분명한 사례도 허다했다.
그밖에 ○○추진위원회·후원회 등 선거운동 유사기관의 설치와 단합대회·향우회·종친회·야유회 등의 이름을 빌어 정치적 목적의 집회를 개최하는 일도 흔히 사용되는 사전선거운동의 수법이다. 특히 종교 또는 직업적 단체를 이용하는 사전선거운동은 선거법저촉으로 처리된다.
기부행위는 선거 전 6개월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내년 총 선은 임기만료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선거법에서 경과규정으로 사전운동을 규제할 것으로 보인다.
달력·수첩·양말 등 간편한 선물에서부터 장학금 등을 위장한 금품살포, 지면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베푸는 관혼상제의 금품, 심지어 영세극빈자에 대한 구호양곡이나 재해 민에 대한 위문품 등은 벌금형과 체형이 부과되는 선거법위반 사항들인 것이다.
선거법 상 이같이 철저한 사전선거운동 규제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정당활동범주의 몇 가지는 허용된다.

<법 정신과 현실간에 마찰>
예를 들어 옥내에서 당원만을 상대로 한 교육은 실시할 수 있으며 입후보 예정자가 업적이나 포부 등을 담은 책자를 유가판매를 위해 발간하는 것은 무방하다.
특히 연말·정초에 발송하는 연하장도 단순히 새해인사를 위해 친지 등에게 배부하는 것은 괜찮다.
대체로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는 상당히 엄격하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실제의 선거운동은 법망을 벗어나기 위해 더욱 은밀한 탈법운동으로 발전해 온 게 지난날의 실태였다.
대중적인 매체나 수단을 통해 널리 자신을 알리려는 것보다 1대1의 금전거래행위가 적지 않아 선거법 정신의 이상과 현실사이에 끊임없는 마찰이 빚어져 왔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각 행정기관이 지방사업을 어지럽게 벌여 놓고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등 과거 행정기관의 간접적 사전지원행위도 뿌리뽑아져야 할 일이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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