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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차별 없애려면 자질향상부터|교육 기회의 불균형 시정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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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여성문제의 현실과 과제를 세계여성운동과 발맞추어 취업·보건·교육 및 의식구조면에서 폭넓게 진단해보는 두 여성「세미나」가 14∼15일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이숙종)와 한국부인회 (회장 박금정) 주최로 각각 마련됐다. 여성단체협의회의 여성발전 「세미나」 (14∼15일·수유리「아카대미.하우스」)는 지난7월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유엔 여성10년 세계대회」의 결의사항을 보고하고 이것을 어떻게 우리현실에 맞게 실천해나갈 것인가를 찾아보자는 의도. 발제강연은 「취업」분야에 홍숙자씨(동국대교수), 「건강」분야에 김모임씨(연세대교수), 「교육」분야에 김영정씨(이화여대교수)가 각각 맡았다. 먼저 홍숙자씨는 여성취업을 둘러싼 여러 문제점의 해결방안으로 정부에 여성문제 전담기구 창설을 건의, 주목을 끌었다. 『우리 나라의 여성취업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여성해방운동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 지극히 단순한 경제적 요인 때문이며 여성취업의 질이 높아지려면 무엇보다도 결혼과 가정생활에 대한 관념이 고루한 남존여비 사상을 벗어나야 한다』는 그는 「유엔」의 계획안대로 『국가발전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정책수립과 집행과정에 여성을 참여시킬 수 있는 구 체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나라의 사회·경제개발은 개발도상국중 상위권에 해당되지만 모자보건사업은 지극히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한 김모임씨는 정부가 추진중인 제5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에는 반드시 「유엔」 여성대회에서 합의된 여성건강사업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여성건강사업의 우선 순위로는 ▲여성과 남성에게 건강에 관한 지식을 보급하고 ▲가족 스스로가 가족건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능력을 개발하며 ▲출생에서 사망까지의 예방사업, 특히 모자보건사업에 치중하는 「일차건강관리」가 꼽히고 있다고 김씨는 소개. 이 「일차건강관리」의 폭넓은 교육과 보급이 있어야만 세계여성의 3대 건강문제-영양결핍·출산·성병감염-가 해결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교육」분야를 맡은 김영정씨는 『오늘날 많은 지역에서 빈곤을 극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경제정책이 아니라 여성을 교육하는 일』이라는 세계은행총재 「로버트·맥나마라」씨의 말을 소개, 여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률상으로는 남녀 평등한 의무교육제도가 채택되고 있으나 세계문맹자의 3분의2가 여성인 점으로 보아 아직도 편견과 차별대우 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김씨는 우리 나라는 특히 교육기회의 심한 남녀 불균형 상태에 있다고 했다. 그 원인으로 「여성에 대한 그릇된 전통적 관념 내지 편견」을 꼽은 그는 앞으로 5년간의 여성교육 우선 목표로 ▲모든 계층의 여성, 특히 농촌과 도시저소득층여성에게 교육기회를 제공 ▲여성의 의식개혁과 사회의 편견제거를 위한 의식화교육과 연구시행 ▲성차별을 조장하는 교과서와 교육「프로그램」시정 ▲여성유휴 인력활용을 위한 취업훈련및 사회교육 추진 등을 제시했다. 14일 한국부인회 강당에서 열린 『한국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의식구조 변천』에 관한 「세미나」 에서는 이경자씨(경희대교수)가 『한국여성의 여성문제에 관한 의식구조」를, 김형정씨가 『여성학의 기능과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국여성이 여성문제를 어느 정도의 깊이로 인식하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 전국의 3백53명의 여성을 상대로 의식 조사한 이경자씨는 그 분석결과 『우리나라여성은 자신이 일의 수행능력이나 성실도가 남자에 비해 뒤질 것이 없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있으나 여성에게 가해지는 편견과 차별대우에는 불만을 갖고있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불만이 많은 근로직 여성 은 임금 및 인격적인 차별대우에 분개하고 있으며 이 같은 불만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아울러 여성자신의 자질향상도 선행되어야 한다는게 이 조사에 응한 여성들의 생각. 「세미나」에서는 이밖에도 조흥은행 영업부차장 장도송씨의 사례발표와 이병태씨(한양대 교수)의 『노동여성의 현황과 그 대책』, 고영복씨(서울대교수)의 『여성문제의 윈인분석』등 부제발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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