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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회유로가 밝혀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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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나라 남해안일대에서 많이 잡히는 멸치들이 매년 주기적으로 일정한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져 멸치어획에 크게 도움을 주게 됐다.
이 사실은 부산수산대학해양공학과 「팀」(장선덕 홍성윤 박청길 진평 이병기 이택렬 강룡왕 공영)이 지난해부터 실시한 우리나라 남해안과 일본 「규우슈」 (구주) 서 해안일대에 대한 해양조사결과 밝혀진 것.
이 조사에 의해 멸치어 어군은 우리나라 제주도와 거문도 및 일본 「쓰시마」 (대마도) 를 잇는 해역을 따라 형성되는 해양전선주위에 몰린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멸치는 1940년대부터 정어리의 어획이 감소되면서 대체되기 시작한 한국인의 기호 어종으로 그동안 급격한 어획량 증가를 보여 78년에는18만3천t의 어획량으로 연근 해 어류 총생산의 약13%나 차지했다.
그동안 멸치어획은 어부들의 경험적인 방법에 의존해 왔으나 이제 매월 형성되는 해양전선을 추적해 과학적으로 고기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수산대학 「팀」은 이 조사로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멸치와 일본 「규우슈」근해에서 잡히는 멸치가 같은 종(학명「엥그라울리스· 자포니카」 )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멸치 떼는 대개 제주도남방 동지나해에서 겨울철을 보낸 후 봄철 현해탄과 동해를 잇는「쓰시마」난류가 확장 돼 수온이 섭씨12∼14도로 오르면 우리나라 남해안으로 이동한다.
4월에 진해 만과 남해안지역에 산란을 위해 몰리며 이때 거제∼기장해역에서 중심어장이 이뤄진다.
봄철 멸치자망어업은 이 멸치 떼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
늦은 봄에서 이른 여름사이 멸치 떼는 둘로 나뉘어 한 떼는 서해안으로 나머지는 동해안을 따라 북상한다.
멸치 떼는 수온이 오름에 따라 서해에서는 7월에 연평도까지, 동해안에서는 강원도북쪽해역까지 이르게 된다.
9월이 되면서 부터 멸치 떼는 남하하기 시작해 대부분은 동지나해에서 일부는 「쓰시마」근해에서 월동하게된다.
장 박사는 우리나라 근해에서의 이 같은 멸치 떼의 이동은 우리나라 근해를 흐르는 난류와 해안에서 발생하는 차가운 연안수가 만나 이루게되는 해양전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해양전선은 계절에 따른 수온의 차이 때문에 월별로 다르게 형성되는데 이 해양전선주위에 멸치 떼가 몰리므로 해양전선 부근으로 출어하면 멸치어획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멸치가 사는데 최적온도는 섭씨14∼27도이며 바닷물 속의 최적염분함유량은 3.2∼3.42%나 섭씨 8도까지는 살수 있다.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남해안의 수온은 섭씨8∼27도이며 염분 함유량은 3.2∼3.46%로 연중 멸치가 잡히고 있으나 동해 및 황해의 겨울수온은 섭씨7도 이하로 내려가므로 멸치가 살 수 없다는 것.
멸치의 중심어장은 진해만 중심의 남해동부연안으로 해안에서 24∼32km떨어진 해역이다.
8∼9월에는 길이5cm이하의 치어를 대상으로 하는 권현망어업,4∼5월에는 산란기 성어를 대상으로 하는 자망어업으로 멸치를 잡고있다.
어획량은 78년의 경우 권현망이 11만5천t, 자망이 3만2천t이었으며 나머지는 정치망 등으로 어획했다.
장 박사는 현재 산란을 위해 해안가까이 접근하는 성어를 대상으로 하는 자망어업을 더 발전시켜 산란 후 외해로 이동하는 성어도 추적해 어획고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박사는 멸치의 수명이 1년6개월 정도로 자연사망률이 높으므로 어획고를 늘려도 다음해 어획고에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멸치어획고 증가추세가 지난78년「피크」를 이룬 뒤 최근 둔화추세에 있다고 밝히고 이는 최근 많이 잡히는 쥐치와의 먹이경쟁 때문인 듯 하다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이 같은 해양전선에 관한 계속적인 연구가 삼치·조기·꽁치·전갱이·명태 등 다른 회유성 어류의 이동경로 파악에도 도움을 줘 어획고증가에 큰 몫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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