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출신국의 국부에 따라|차등 두는 중공 호텔 요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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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지고 왔던 수프와 호주머니속의 푼돈을 톡톡 털어서 합쳐 보아도 1만3천8백「달러」 (8백30만원)가 모자라니 돈을 융통해 달라는 호소였다.
이런 일은 상담을 벌이러 온 실업인들만이 겪은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서독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제l차 서독-중공 경제위원회에 참석했던 「람스도르프」 경제상 일행이 숙박비 때문에 전전긍긍한 일도 있다.
은행장·산업 연맹 총재 등 서독 경제계의 거물들이 매일매일 현금으로 숙박비를 계산해 주며 혹 자기네 소속 단체에서 경비가 너무 엄청나니까 결제해 주지 않을까봐 걱정이 태산 같았다고 이들은 귀국해서 실토했다.
서독 산업 연맹의 「롤프·로덴스토크」 총재의 경우 중공의 외국인 전용 「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난 숙박비가 자그마치 5백33「달러」 (33만5천원). 세계 어느 일류 「호텔」에서도 나오지 않는 거금이다. 문제는 같은 방을 쓰더라도 제3세계 국가에서 온 손님들은 이의 반값도 안 된다는 점이다. 일반 관광객들은 흔히 시내의 괜찮은 「호텔」에서 18∼24「달러」만 내도 하룻밤을 편히 지낼 수 있는 터에 부자 나라 대표단이라고 이처럼 곤욕을 치러야 하는 것은 숙소를 중공 당국이 정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것은 영빈관에 묵은 「람스도르프」 경제상 등 정부 관리들. 모택동이 사망하기 전에는 중공의 고위 간부들이 살던 중남해가 중공이 해외에 문호를 개방한 뒤에는 영빈관으로 쓰이게 됐는데 서독 경제상 일행은 4동에 나뉘어 묵었다.
이들 서독 관리들에게는 하루 숙박비만 4천1백「달러」, 친선 연회 비용으로 2천8백50「달러」의 계산서가 꼬박꼬박 날아들었다. 방 하나 값만 해도 크기에 따라 하루 밤에 2백85∼5백70「달러」였으니 기가찰만도 하다.
서구 자본주의 국가 손님들이 이처럼 울며 겨자 먹기로 「호텔」 값을 물게 되는 것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중공이 문호를 개방한 뒤 가르쳐 준「노하우」가 바로 이윤의 극대화라는 자본주의 논리였기 때문이다. 【본=이근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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