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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인플레」적 경기 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들어 변함없이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중요 경제 지표는 「인플레이션」속의 경기 침체가 끈질기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스태그플레이션」의 심화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금리·환율의 조작, 물가의 현실화 등 소극적인 대응책을 실시하기도 했으나 위축되는 경제동향을 활성화시킨데는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을 실증하고 있다.
계절적인 요인과 겹쳐, 적어도 경기만은 약간이나마 상향세의 조짐을 드러낼 시기인데도 경제 전반이 침체하고 있는 것은 적극적인 정책 수단을 필요로 하고있다는 긴급신호인 것으로 해석된다.
10월말 현재의 물가 상승 추세는 전 도시 소비자 물가가 27·7%, 도매 물가는 36%가 올라 75년 이래의 대폭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유류와 식료품비의 앙등으로 인한 격심한 「인플레이션」의 속도는 기업이나 가계가 다같이 괴로움을 받는 것은 물론, 국제 경쟁력의 약화를 초래하여 환율 인상이라는「카드」마저 내놓게 하고 있다.
반면 경기의 선행을 알리는 경기 예고 지표는 지난 5월이래 침체 국면인 0·4로 떨어진 채 전혀 상향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물가·경기가 모두 악화되고 있음에도,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과감한 정책의 선택이 지연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자연적인 물가 진정이나 경기 회복을 기다리자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다행히 해외 경제 동향이 내년부터 미흡하나마 회복세로 접어든다는 전망도 없는 것은 아니다.
OECD (경제 협력 개발 기구)의 예측으로는 24개 회원국의 실질 성장률이 금년 하반기의「마이너스」 1%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1%로,「인플레이션」율은 11%에서 9·5%로 호전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나 중동 정세의 불안에서 오는 유가나 세계적인 흉작에서 비롯되는 곡가 등 불투명한 사항을 감안 할때 낙관론은 금물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우선 가능한 대내 정책 수단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전제로 하고있는 것은 안정기반을 다지도록 기왕에 긴축 정책을 펴왔고 지금까지 그 고통을 감내해 왔으므로 이제 와서 긴축기조를 방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한다는 측면에서 긴축을 허물어뜨리지 않는다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있으며 통화 운영 면에서 탄력성을 발휘하여 막대한 재고를 보유하고 흑자 도산의 위기에 처한 기업, 환차환으로 자금 압박을 받고있는 기업 등을 선별 지원하는 방안은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내수를 자극하여 경기를 회복시키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효율적인 정책이 동원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비「인플레이션」적인 경기 자극책이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더 인하하여 기업의 금융 비용을 경감하고 부가가치 세율·법인 비율·소득 세율 등을 하향 조정하여 기업의 자금 부담을 완화하면서 가계의 구매력을 강화해주어야 한다.
이들 금리·조세 정책은 통화증발을 유발하지 않고 경기를 회복시키는 가장 유효한 「스태그플레이션」 퇴치책인 것이다.
일부 반대론은 조항 삭감에서 비롯되는 세수결함, 금리 인하에서 연유하는 저축 의욕감퇴를 내세우고 있으나 이는 논거가 박약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가 결과할 세금원의 피폐는 마찬가지로 세수 부족을 가져올 것이며 우리의 경우, 금리가 판축 요인으로는 강력히 작용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비「인플레이션」적인 정책 수단은 조속히 시행하면 할수록 유익하다.
기회를 일부하면 할수록 상처는 더욱 깊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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