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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팬 1000여 명 몰려 환호 깜짝 놀란 '닥터후' 주인공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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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영국 SF드라마 ‘닥터후’의 남녀 주인공인 피터 카팔디(왼쪽)와 제나 콜먼이 9일 서울 63스퀘어에 모인 1000여 명의 팬 앞에 섰다. 51년 역사의 세계 최장수 드라마인 ‘닥터후’ 출연진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시스]

영국 BBC의 SF드라마 ‘닥터후’ 출연진이 9일 서울 63스퀘어 그랜드볼룸에서 한국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공개되는 시즌8의 주인공인 피터 카팔디와 제나 콜먼이 손을 흔들자 1000여 명의 후비안(Whovian·닥터후의 팬을 지칭)들은 괴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아이돌 팬미팅에 온 듯 여성팬들의 환호 소리가 내내 끊이지 않았다.

 ‘닥터후’는 1963년 시작해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수 드라마로 등재됐다. 외계 종족 출신의 닥터가 지구인 동행자와 함께 사악한 외계인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편당 제작비만 100만파운드(약 17억원)에 이르는 대작으로 영국의 ‘국민 드라마’다.

 배우들은 한국팬의 놀라운 환대에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 유머러스한 인터뷰로 좌중을 즐겁게 했다. 영국에서 코미디 배우로 유명한 카팔디는 ‘새 닥터의 이미지는 어떻게 정했냐’는 질문에 “(어릴적부터 팬인) 저는 의상으로 늘 검은색을 염두에 뒀었어요. 사실 흑백TV를 봤었거든요”라고 재치있게 답했다.

 카팔디는 ‘닥터후의 세계적 인기를 언제 알았냐’는 물음엔 오히려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닥터후는 굉장히 영국적인 드라마인데 한국에서 이렇게 인기가 좋은지 몰랐다. 왜 이렇게 사랑하는지를 알고 싶다”고 했다. 사회자의 요청으로 무대 앞에 선 한 10대 여성팬이 영어로 “오로지 닥터때문”이라고 짧게 답하자 다른 팬들도 이에 호응하듯 “아이 러브 유, 닥터”라며 비명을 질렀다.

 ‘닥터후’ 출연진의 방한은 처음이다. 이번이 첫 월드 투어로 영국 카디프를 시작으로 세계 5개 대륙 7개 도시를 방문한다. 그중 아시아에선 오로지 서울만 들른다. 이에 대한 BBC의 공식 설명은 없지만 70년대부터 KBS에서 외화로 방영했고, 2000년대 들어서도 꾸준히 방송했기 때문에 두텁게 형성된 팬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8도 KBS에서 조만간 방영 예정이다.

 행사장엔 일본·중국에서 온 팬들도 눈에 띄었다. ‘범아시아적’ 행사였지만 행사 운영과 진행은 미숙했다. 남성 아이돌 가수가 나와 선물을 전달할 땐 때때로 청중 사이에 탄식이 흘렀다.

드라마 시사회에선 초반 10여 분간 화면의 오른쪽 3분의 1 정도가 잘려나가 스크린에 보이지 않았다. 한 팬은 행사 뒤 SNS에 “우린 닥터후 출연진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아이돌 가수를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지난 7일(현지 시간) ‘닥터후’의 영국 행사에선 긴 레드카펫을 배우들이 오가며 수많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나란히 사진을 찍는 등 호흡을 함께 했었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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