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 덩샤오핑 드라마 방영…문혁 정면 비판하는 등 금기 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CCTV 드라마 ‘역사적 전환점 속의 덩샤오핑’ 첫회분은 지금까지 중국 드라마에선 볼 수 없었던 장면을 묘사해 방영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1976년 10월 6일 정의와 사악의 한 판 싸움이 시작됐다”는 해설과 함께 중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은 그 날 밤의 ‘정변’을 그렸기 때문이다. 비록 중앙경위국 병사들이 출동해 장칭(江靑) 등 4인방을 체포하는 장면을 직접 묘사하진 않았지만, 중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틀어놓았던 그 날 밤 중국 권부에서 일어난 일련의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전달했다. 극중에선 오후 11시에 소집된 정치국 긴급회의에서 4개의 의자가 비어있는 것으로 그들의 실각을 묘사했다. 거사의 성공을 보고받은 예젠잉(葉劍英)은 “병든 나무 앞 만 그루 나무가 봄을 맞았도다(病樹前 頭萬木春)”란 한시를 낭송하며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음을 비유했다.

드라마는 첫회분부터 주인공 덩샤오핑(鄧小平)의 업적과 됨됨이를 부각시키는 장면이 많았다. 베이징 시내 ‘민주의 벽’에 모여든 대학생 청년들이 당시 실각해 가택연금 상태이던 덩샤오핑의 이름을 연호하며 “당신은 어디 계십니까”라고 외치는 대목에서는 그가 인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기대를 받던 지도자였음을 상기시켰다. 첫 장면은 덩샤오핑이 문화대혁명 시절 자살을 기도하다 반신불구가 된 장남 푸팡(樸方)의 몸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는 장면으로 시작해 그의 카리스마 이면에 가려진 인간적 면모를 강조했다는 평가다.

중국 정치 드라마에선 보기 힘든 대사도 나왔다. “10년 문혁 기간동안 류샤오치·펑더화이 등 동지들이 비참하게 죽고, 인민들은 훨씬 더 가난해졌다. 도대체 이따위 혁명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냐” 문혁을 정면 비판한 대목이 덩샤오핑의 입을 빌어 나온 것이다. 덩샤오핑 역을 맡은 마샤오화(馬小?)는 넓은 이마가 특징인 덩샤오핑과 똑같이 닮은 외모로 분장한 것은 물론, 쓰촨(四川) 사투리까지 소화해 덩샤오핑의 후손으로부터 “우리 집안 할아버지와 똑같다”란 찬사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 드라마에선 후야오방·화궈펑 등이 처음으로 중국 드라마에 등장했다. 자오쯔양도 스토리 전개상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모로 금기를 깬 부분이 많은 것이다.

CCTV가 덩샤오핑 탄생 110주년을 맞아 48부작을 방영하는 것은 ‘드라마 정치’의 일부분이다. 대중 연극을 통해 당시 문맹층이 많았던 농민층을 파고들어 혁명에 성공한 중국 공산당의 전통을 잇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 집권직전인 2012년 여름에는 문혁 기간 지식청년들의 하방(下方) 생활을 그린 ‘지청(知靑)’을 방영해 실제 하방을 겪었던 시 주석의 애국 열정을 연상시키게 한 바 있다. 이번 드라마의 방영은 전면적 개혁 심화를 강조하는 시진핑 주석이 개혁 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의 정통 후계자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