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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남북대화 계기 마련 … MB, 독도 방문 후 日王 사과 언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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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호 06면

역대 대통령들의 광복절 경축사는 늘 관심의 대상이 됐다. 독립·건국·통일이란 3개의 테마를 녹인 복합적인 국경일이라 대통령들은 경축사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국내 정치권은 물론 일본과 북한도 우리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정부의 대일·대북정책 가늠자로 여기며 주목해 왔다.

역대 대통령들의 8·15 경축사는

가장 화제를 모은 건 2012년 광복절 직전 대통령으론 처음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해 8월 10일 독도를 찾아 경비대원들을 격려하고 한국령 표석을 둘러본 그는 광복절 하루 전인 14일엔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대일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현직 대통령이 일왕의 사과를 공개 언급한 것 역시 처음이었다. 일본이 격렬히 반발하면서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때 한국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밀월을 구가했던 한·일 관계는 급랭했다. 그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른 대통령들은 광복절 경축사를 주로 자신의 통일정책이나 대북 메시지를 밝히는 계기로 삼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48년 경축사에서 “우리는 북편(北便)을 바라보고 원감(怨感)을 금(禁)할 수 없다”며 분단의 고통을 토로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70년 경축사에서 “북한이 무력 적화통일 포기를 선언하면 남북 간 장벽을 단계적으로 제거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당시까지 정부의 노선이었던 북진통일론 대신 평화통일론을 처음 천명했다. 노태우 대통령도 88년 경축사에서 “장소·의제·절차에 구애 없이 남북 최고당국자 회담을 갖자”고 했고, 90년 경축사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98년 경축사에서 “통일은 무력이나 흡수가 아니라 반드시 평화적으로 이룩돼야 한다”는 골자의 대북정책 3대 원칙을 제시하며 햇볕정책을 선언했다. 광복절 경축사는 정파를 떠나 전향적인 대북정책 선언의 무대로 활용된 셈이다.

그러나 김영삼 대통령의 94년 경축사는 달랐다. “통일이 갑자기 올지도 모르니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당시 정계와 외교가에선 “한 달 전(94년 7월 9일) 김일성이 숨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건 북한이 3년 안에 망한다는 뜻”이란 추측이 돌았다.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북한 붕괴론의 효시가 됐다.

한편 전두환 대통령은 87년 경축사에서 일제의 식민지배에 대한 ‘자성론’을 제기했다. “우리가 힘이 없어 이민족에게 유린당한 것을 깊이 인식하고 뼈아픈 과거를 자성해보는 날이 되어야 한다”며 다시는 이러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부강한 나라를 건설하겠다고 다짐하는 각성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 했다. 당시 재야 일각에선 “전형적인 식민사관”이란 비판이 나왔지만 큰 반발 없이 넘어갔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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