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구로, 아홉 노인과 무슨 사연? 지하철역 한자이름 풀어볼까

중앙일보

입력 2014.08.09 00:41

업데이트 2014.08.09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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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하철 한자 여행
유광종 지음, 책밭
385쪽, 1만3000원

동 이름 ‘구로(九老)’에 아홉 노인이 왜 들어갔을까. 그러고보면 서울 지도를 덮고 있는 지하철 노선도에는 알듯 말듯한 이름이 많다.

 저자는 중어중문학, 중국 고대 문자학을 전공하고 중국 권역에서 12년을 산 중국통이다. 그가 청량리·시청·개봉·월계 등 1호선 역명 80개를 풀이했다. 역 이름이 대부분 동 이름이라 결국엔 우리 사는 곳의 이야기다.

 구로는 당나라 문인 백거이(白居易·772~846)가 말년에 만든 동호회 ‘향산구로회’에서 이름을 따왔을 가능성이 크다. 모두 아홉 명의 노인이 낙양(洛陽) 동쪽의 향산(香山)이란 곳에서 자주 만나 어울렸다. 이름 속에는 중국 문학의 화려한 전성기와 거장의 말년이 녹아있다.

 역사 이야기로 시작한 이름 풀이는 ‘늙는다’는 뜻의 한자어들을 훑으며 계속된다. 구로를 지나 가산디지털단지 역으로 가는 저자는 활기찬 노인들의 도시를 꿈꿔본다.

 이 시리즈는 9호선까지 나올 예정이다. 지하철 역 이름뿐 아니라 일상에서 쓰이는 한자어의 유래와 정확한 뜻에 대한 책도 준비 중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용어(함수·원소), 병원에서 듣는 단어(복강경·회진), 법률 용어(재판·소송) 등을 풀어낼 계획이다.

 시리즈를 기획한 뜻은 한자를 제대로 알고 쓰자는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한자로 쓰자는 주장은 아니다. 1호선의 서울역 부분에서 저자는 서울을 조선시대에 보통 ‘한양(漢陽)’이라 불렀던 것을 비판한다. ‘양(陽)’은 강이 동남으로 흐르는 중국 지형에 맞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강의 북서쪽이 건조하고 볕이 잘 들어 지명에 ‘양’을 넣었다. 그러나 한강은 서쪽으로 흐르기 때문에 강북 지역에 ‘한양’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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