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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은 한민족의 정신적 뿌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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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올해로 4천3백13주년을 맞는 「개천절」에 투영된 단군 상은 아직도 국조로서의 민족 문화사적 의의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채 진부한 학계의 논쟁과 초라한 기념 행사, 무속 신앙으로의 퇴폐적 영역에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민족의 뿌리는 단군으로부터 찾아야 한다』는 일부 뜻 있는 인사들의 주장이 제기되어 주목을 끌고있다.
마땅히 단군을 한민족의 정신적 지주로 받들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시급히 성전을 건립하고 개천절 행사를 국가적 차원의「국민 명절」로 승화시킬 것 등을 제안하는 송지영 문예 진흥 원장과 이항령 전 홍익대 총장에게 단군의 건국 이념 구현을 위한 구체적 방안들을 들어본다.
단군의 건국 전설은 사실이냐 신화냐의 차원을 떠나 한민족의 정신적 근원을 찾는다는 사상사적 측면에서 재조명돼야 한다. 비록 전설이든 신화든 오래 전부터 전해오고 상당한 기록도 있는 단군 건국설을 어떤 사관에 입각해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태도는 한마디로 민족 주체성을 저버리는 비극이라고 단언 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동이족 중에서도 유일하게 현존하는 한민족의 영광을 전승시켜준 슬기와 본바탕의 상징은 필연적으로 입건 건국 신화에 나타난「천인 합일 체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단군 사상의 근본 핵심인 「홍익인간」이념은 오늘날 세계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이념으로 서구의 자유화 평등·평화의 사상을 모두 포용하고 있다. 조선조에서 서구 기독교가 포교될 수 있었던 근본 이유도 하느님을 섬기는 단군 사상의 줄기가 한민족의 핏줄 속에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정신의 일체감을 조성하고 민족의 술기와 근본 바탕을 찾는데는 섣불리 서구 사상에 기웃거리기보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간직돼온 훌륭한 단군 사상을 새롭게 재조명하고 선양하는 길 이상의 좋은 방법이 없다.
우선 단군 정신의 신앙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초라한 개천절 기념 행사와 학식이 즉각 시정돼야 한다. 단군을 모시는 출발부터도 현재의 형식적인 공휴일 지정에 불과한 의식을 탈피, 진정한 국가 차원의 범국민적 행사로 승화시켜야한다.
1차 적으로는 강화 마니산이나 사화단 같은 곳에 대대적인 단군 전을 건립하고 성역화 해 단군을 민족정신의 연원으로 모시는 일이 시급하다. 현재의 서울 사직 공원 안 동상이나 성전은 너무나도 조잡하고 초라해 국조로서의 상징이라기에는 부끄럽기 짝이 없다.
다음으로는 국가원수를 비롯한 삼부 요인과 전 국무원들이 참석하는 대대적인 단군 제가 봉행돼야한다. 지금까지의 개천절 기념 행사는 중앙 행사조차 서울시 주관으로 경축사를 낭독하는 집회에 그치고 있으며 각종 신흥 종교단체들이 무질서하며 산발적인 단군 제를 올리는 정도다.
한편 마니산을 성역화 해서 국민 수배 지로 삼고 민족의 긍지를 고양시키며 개천절을 거족적인 국민의 명절이 되도록 해야한다.
나가서는 단군 영정을 전국 가가호호에 배포, 민족의 뿌리로서 받들도록 해야한다.
물론 관청이나 각 기관에도 대통령 사진과 함께 단군 영정이 모셔져야한다.
단군을 종교적 차원의 전 민족적 숭배 대상으로 삼는다고 해서 무슨 후진성이나 미개의 신앙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외적에 강인하게 저항하며 순국 정신으로 나라를 지켜온 민족혼도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단군에서 그 뿌리가 연유한 것이라면 단군 숭배야말로 오늘의 한민족을 지킬 수 있는 신앙이 되기에 충분한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마니산이 유명한 제천 지라는 기록이 고려 중기부터 보였으며 국난을 당하거나 중국의 압력이 강할 때마다 단군 사상이 크게 부각돼 국민 총화를 기했고 조선조 초기에는 단군 제에 왕이 친히 나아갔다. 조선 중기부터 주자학의 번창으로 단군 사상은 크게 악화됐으나 일제하에서는 대종교 통해 단군 정신에서 비롯된 민족의 뿌리가 저항을 했다.
현재 초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다섯 줄 정도로 언급된 단군 건국 신화는 시급히 수정돼야한다. 단군신화가 비록 전설에 불과하다하더라도 민족 정신의 뿌리를 찾는다는 점에서는 충분한 역사적 가치와 교육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정리=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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