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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의 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무인도 탐험 간다면서 네 소년이 또 집을 나갔었다. 잊혀질만하면 또 일어나곤 하는 모험소년 가출 기다.
어느 어린이에게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그리고 또 꿈이 있다.
이런 게 없다면 어린이가 못된다. 탐험에의 용기가 없다면 씩씩한 어린이도 못된다.
「마크·트웨인」이 그려낸「톰·소여」소년은 마을의 제일 가는 골칫덩어리 개구쟁이다. 학교도 툭하면 빼먹는다.
실제로 이런 아들을 두고 있다면 큰 걱정거리라고 아버지들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들도 얘기 속의 「톰·소여」는 다시없이 사랑한다. 그리고「톰」과 같은 꿈을 가졌던 어린 시절을 회상할 것이다. 「톰」은 선생님에게는 미움을 받지만 머리는 좋다. 그는 또 용감하고 의협심에 가득 차 있다.
그는 무엇보다도 판에 박힌 생활을 역겨워하고 강박을 미워한다. 이런 게 그가 언제가지나 어른들에게까지 사랑을 받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톰」은 친구들을 꾀여「미시시피」강속의무인도에서「드릴」과 자유에 찬 원시생활을 만끽한다.
그건 바로 누구 나가다 한 두 번씩은 꿈꿔보는 위험의 세계일 것이다. 우리 대 소년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에 가출한 네 위험소년들은 모두 학교성적도 우수한 편이었다고 한다. 이점 「톰」과는 다르다.
그러나 판에 박은 따분한 일상생활을 역겨워 한 것은, 혹은「톰」이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탐험계획에 참여했다가 실제 가출에는 끼지 못한 단 하나의 소년이 있었다.
그는 공교롭게도(?) 낚시를 함께 가자는 아빠의 권유를 물리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낚시는 무인도탐험만큼 신나는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낚시질에 데려가 주는 아버지의 정다운 손길을 뿌리치기는 어려웠다.
다른 네 소년에게도 물론 아버지들이 있다. 그들은 너무나도 「톰·소여」의 세계를 등지고 살고 있었다. 적어도 그렇게 소년들은 여기고 있었을 것이다. 「톰·소여」의 모험을 읽은 소년들은 세계에 수 없이 많다.
그런 중에서 왜 하필이면 우리나라 어린이들만이 무인도를 찾아 가출하는 것일까?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자라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어린이는 어린이다운 꿈을 자유롭게 꾸고, 또 키울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앞으로도 무인도를 찾아 나서는 가출소년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어른들에게 눌려만 지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무인도처럼 아름다운 꿈도 없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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