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말 존중과 한자 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 말 우리 글에 대한 사항과 존중은 해마다 한글날을 맞으면서 되풀이 강조된다. 그러나 광복35년을 지난 오늘에도 국어국자정책의 근간은 아직도 확고히 서지 못하고 있다. 그 한 예로 한글전용론과 국한자혼용론 사이의 오랜 대립은 534돌 한글날을 맞아도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글전용」과「국한자 혼용」의 당·부당을 둘러싼 논쟁은 해묵은 것이라서 새삼스럽다할 것은 없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그 주장들의 정당성을 밑받침할 교육현장에서의 실험연구 결과가 각기 상반되게 나타났기 때문에 문제가 새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똑같이 국민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자교육의 결과가 하나는「한자조기 교육의 절대 필요성」을 주장하고 다른 하나는「국어학력향상에 큰 저해」라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지난4일「국민학교 한자교육의 현황」을 주제로 가진 한국어문교육연구회의 학술발표회는 『한자교육은 조기교육일수록 효과적이며 국민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실시할 경우 특히 저학년 학생들의 언어능력 신장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일관된 주장을 전개했다.
국민학교의 일선교사들인 발표자들은 한자를 지도한 결과 학생들이 국어학습에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흥미와 의혹을 보일 뿐 아니라 이미 배운 한자를 이용해 새로운 어휘를 추리, 이해하려 노력하며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한자교육을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제, 「한자는 종합교육을 위한 훌륭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자학습반과 비학습반을 비교한 한 교사는 77년부터 4년간의 교육결과 한자어 뜻풀이 평가면에서 2학년 51점, 3학년 65점, 4학년 48점의 학력차를 발견했으며 국어과 일반학력에서 평균 10점, 산수·자연에서도 5점 이상의 학력차를 보여 한자 교육의 효과가 현저함을 들고도 있다.
이에 대해 18일 한글학회에서 발표할 다른 일선교사의 보고는 이와 정반대의 분석결과를 밝히고 있다. 세 차례의 국어과목 학력 비교에서 학습반이 오히려 비교반 보다 5점·15점·18점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냈으며 학부모의 반응도 한자교육 찬성 30%반대 70%였다는 주장이다.
결국 국어학력향상에 큰 저해요인이 되는 학자교육이 국민학교 저학년에서 일반화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반된 주장은 결국 잘못된 입론조건의 산물일 것이다.
두 쪽의 조사중 어느 쪽이 잘못된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하였거나 강한 선입관에 따라 치우치게 교육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학습반과 비교반의 한자교육 이전상태가 먼저 측정되었어야하며 교육환경면에서 편견없는 엄밀한 비교연구가 행해졌어야했다.
학문적 비교연구는 그 같은 선행조건 위에서 이루어져야할 뿐 아니라 그 발표의 양도 어느 한쪽을 두둔하는 집회에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정도가 아니라 연구 자체의 의미를 말살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국민학교에서의 한자교육유용여부를 결정하는 이같이 중대한 문제를「한글전용」과「국한자 혼용」론 의의 대표선수격인 한글학회와 한국어문교육연구회의 고정관념 속에 맡겨둘 수는 없다.
또 국어국자문제의 중대성에 비추어 교육당국이「난 몰라라」하고 수수방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본 난은 이미 여러 차례 국민교육의 차원에서 한자교육의 불가피성을 논해왔다.
「한글전용」과 한자교육은 별개의 문제이며 수천년래 한자문화권에 살아온 우리로서 문자생활의 뿌리를 잃어선 안되겠기 때문이다.
한글날을 맞으면서 우리의 국어국자문제를 재론하며 국민학교 한자교육의 타당성을 검증할 비교연구는 정부의 주관아래 체계있고 공정 엄밀하게 수행돼야한다고 다시 주장하는 바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