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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양념도 지나치면 맛이 떨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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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음식이란 나라마다 그 풍토에서 생산되는 산초, 기후, 국민들의 식성 등에 마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국의 전통음식은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가지고 수 천년 전부터 정착되어온 한국인의 맛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삶고 끓이거나 지나친 양념, 그리고 맵고 짠 간 등의 전통적인 조리법은 식품이 본래 지니고있는 영양가나 맛에 손상을 주는 경우가 있어 조리방식의 개선이 요구되고있다.
『부엌에 저울과 온도계를 비치하라』고 항상 주장하는 요리연구가가 있다. 그것은 조리의 과학화의 첫 관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가족 수에 마라 꼭 필요한 양만을 요리하여 낭비를 막고 음식에 따라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온도에서 요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식탁용 냉수는 섭씨 18도,「수프」는 섭씨 70도, 찌개나 전골은 섭씨 95도, 맥주는 섭씨 12도에서 가장 좋은 맛을 낸다. 각종 튀김요리는 섭씨 1백2O∼1백8O도로 끓는 기름에 튀겨야 바삭바삭 가볍고 맛있는 것이 된다.
조리방법은 생선이나 고기를 석쇠에 구울 경우 소금이나 후추 등의 양념은 일단 재료가 거의 다 익을 경우 하는 것이 굽는 동안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아 유리하다. 또한 감자나 풋 공을 찌거나 삶는 경우 감자는 흙만을 씻어내고 껍질째, 콩도 깍지 째 익혀, 먹을 때 벗기는 것이 철분이나「칼슘」등 영양분의 손실이 적고 맛 또한 훌륭하다.
야채요리도 싱싱한 제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냉채 또는 「셀러드」로 만들어 먹는 것이 권할만하다. 나물로 만들 경우에는 펄펄 끓는 물을 그릇 밑에만 조금 붓고 재빨리 데쳐내는 것이 영양가의 손실이 적다.
한국인이 대체로 쇠고기만을 좋아하고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별로 즐기지 않는 까닭은 오랜 식 습관에 기인한 한국인의 식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다할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요리법이 발달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풀이하는 영양학자들이 있다.
따라서 한국인들은 한가지 재료를 가지고도 수10가지의 맛과 모양으로 요리할 줄 아는 중국인의요리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요리연구가 한정혜씨는 말한다. 또한 각종육류·야채류·과일류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는 지혜 또한 중국요리의 특징이기도 하다.
대체로 손질이 많이 가고 양념을 많이 하는 한국음식들은 번거로운 조리법에 비해 영양가나 식품자체의 맛을 살리는데는 뒤져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식품을 선택하고 재료 자체의 맛을 돋우기 위해 꼭 필요한 양념만을 사용해서 담박한 맛의 요리를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것이 격조 높은 요리법일 뿐 아니라 조리과학이기도하다. 또한 한국인시성에 맞는 훌륭한 전통 요리는 지켜나가면서 서양이나 중국요리의 조리법을 폭넓게 받아들여 우리의 식성에 맞도록 변화시키는 연구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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