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의 네쌍동이 매·난·국·죽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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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서툰 발음이지만 누가먼저 흥얼거리기 시작하기만하명 곧 4명의 합창이 울려퍼진다. 국내 최다산아로 화제가됐던 정선의 매·난·국·죽 4쌍동이 자매가 이젠 제법 무용도 하고 재롱을 피게됐다.
그러나 이제 만 세돌을 지낸 재롱동이 네딸들을둔 아버지 최병규씨(39)의 심정은 마냥 대견스럽기만 한것은 아니다.
77년5월12일. 위로 딸만 셋을 낳고 아들을 기다리다 딸 4쌍동이를 낳았을때의 당혹감, 봉급4만원의 시골우체국 임시집배원으로서 아이들을 감당할수없어 친권을 포기까지 하려했던 고뇌, 요즘도 한달에 15만원이상 들어가는 네쌍동이의 벅찬 양육비등….
다행히 아기들을 맡아줄 독지가를 찾아나선것이 중앙일보(77년6월13일자)에 보도되어 사회의 온정이 쏟아졌다. 후원회가 결성됐고 보건원측이 6백만원의 입원비를 전액무료로 해주는 한편 최씨를 병원 경비직에 취직시켜줬다. 또 정선군당국과 동원탄좌는 보건원앞에 집2채를 지어 입주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상꺼풀눈의 미인형으로 체중11∼12kg, 키 88∼90cm로 정상아와 다름없다. 습성도같아 함께 자고 깬다.
대소변도 거의 동시에본다. -매양은 맏이답게 온순하나 -난·-국양은 욕심꾸러기 심술장이고 -죽양은 응석을 잘 부린다. 그러나 어머니 손씨도 이들을 구별하지못해 옷색깔을 달리 입히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따라 각계의 온정도 점점멀어져 갔다. 동원보건원이외의 지원이 끊기면서, 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만큼이나 아버지 최씨의 걱정도 커진다고 했다.
며칠전에는 동네 꼬마들의 세발자전거를 보고 사달라고 조르는 어린4자매를 때려주고 부모가 밤새도록 울었단다.
『넷이 모두 학교에 가게되면 교육비가 가장 큰 걱정이죠. 탄광촌이라 정서교육도 문제고….』
무릎에 앉아 노는 딸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길은 명암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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