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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른 솜씨나마 마음껏 자랑|심신장애자 그림·글짓기대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농아·소아마비·뇌성마비·정신박약아 등 심신장애 청소년 1백80여명이 초가을의 밝은 햇살아래 모여 숨은 재주를 마음껏 자랑했다.
청소년 근로문제 연구소 부설 직업훈련원 (원장 박찬갑) 이 주최한 제1회 심신장애자 미술·글짓기대회가 18일 하오1시부터 서울 창경원 야외음악당 일대에서 베풀어졌다.
서울을 비롯해 인천·충남 보령 등지에서까지 선생님의 손길을 잡고, 더러는 보호자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참가, 서투르나마 정성껏 기량을 다투었다.
참가자 대부분이 20세미만의 직업훈련 또는 륵수교육을 받는 학생들이어서 원고지와 도화지를 대하는 모습도 무척 진지했다.
그러나 대부분이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정신력에도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글짓기·그림 실력도 천차만별.
서울 명수학교에서 참가한 박윤찬군 (12·정박아) 은 도화지 가득히 빨간색과 분홍색으로 두리뭉실한 모습을 그려놓고 어머니와 선생님의 얼굴이라고 싱글벙글.
박군은 일찌감치 그림을 끝내고는 학교에 돌아가자고 보채는 통에 인솔교사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
서울 명휘원에서 중학교 1학년 과정을 밟고 있는 조연실양 (17·농아) 은 익숙한 솜씨로 팔각정을 배경으로 한 숲과 연못을 그려 수준급이라는 평을 받았다.
조양은 앞으로의 희망을 묻는 질문에 「미술가」라고 고운 글씨로 대답.
친구들과 어울려 목발을 짚고 공놀이하는 모습을 그린 조정희양 (19·인천 성린 직업재활원) 은 『지금 배우는 수예를 열심히 익혀 수예점을 차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선천적으로 정신이 박약한 이국종군(16)의 어머니 장리순씨(44·서울 응암동 250)는 『아들이 직업훈련원에 나가 목공기술을 배우면서부터 의사표현 등에 자신이 생긴 것 같다』면서 앞으로의 생계는 물론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 직업교육의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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