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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병원들 "우린 생사기로에 놓였다"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전문병원계가 “생사기로에 놓였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선택진료비 축소 정책 때문이다. 인력•시설•치료 수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투자를 했지만 정작 이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어 어려움을 토로해왔던 전문병원이었던만큼 이번 선택진료비 축소로 인한 타격이 크다는 얘기다.

전문병원협의회 정흥태 회장(부민병원 이사장)은 “전문병원의 취지는 중소병원이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의료 전달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대형병원 환자 쏠림을 완화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 선택진료비 축소 정책은 전문병원에게 전문적인 치료를 하지 말란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선택진료비를 축소하면서 병원의 손실만큼 수가로 보전해주겠다며 관련 안을 내놨다. 그렇지만 전문병원은 이 정책에서 소외됐다는 것이다.

전문병원에서 타과세부전문의까지 고용하라니 황당

선택진료비 축소로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은 평균 35%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른 병원계 손실은 543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병원계의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수가를 신설, 조정했다. 고도 수술•처치•기능검사 1602개 항목의 상대가치점수를 높이면서 다학제 통합 진료료와 협의 진료료의 수가를 신설했다. 정부는 이번 수가 개편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4710억 원(선택진료 축소에 한함) 수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문병원 입장에서 혜택을 볼수 있는 항목이 많지 않다는 것. 정흥태 회장은 “난이도가 높은 질환을 중심으로 일부 보전해주겠다는 건데 지나치게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제도를 만들다보니 전문병원 입장에서는 불만스럽다. 선택진료를 하지 않는 의원까지 혜택이 돌아가면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이 되므로 정책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전문병원 입장에서는 지나치다 싶은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형외과 질환(관절•척추)을 예로 들면 이번에 인상•신설 된 수가를 받기 위해서는 심장질환이 있어 스텐트를 받았다든지, 투석을 받는 극히 일부 중증환자들만 해당한다. 여기에는 세부전문의의 소견이 필수다. 그렇지만 특정질환에 집중하는 전문병원에서 타과 세부전문의까지 여러 명 고용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관절•척추 전문병원 입장에서는 심각한 내과 질환이 있는 중증 환자의 경우 이를 케어할수 있는 대형병원에 전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 회장은 “전문병원 입장에서 이번 수가 인상•신설은 모순적이고 불합리하다는 게 중론이다. 지금도 여러 척추•관절 전문병원으로부터 질타를 듣고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난이도가 낮은 행위는 의원에서도 충분히 할수 있어 보험재정에 손실이 크므로 전문병원에서 할수 있으면서 대학병원까지는 가지 않아도 되는 질환을 수가 인상•신설 항목에 넣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적•시설 요건 까다로운데 인센티브는 커녕 규제만 하나 늘어

전문병원은 치료의 질과 성적을 유지하기 위한 인적•시설•행정적 요건이 까다롭다. 병원은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의료기관 인증을 의무로 받아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처럼 질 관리의 규제만 있을 뿐 변변한 인센티브가 없어 전문병원계는 끊임없이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정 회장은 “아무런 지원도 없으면서 전문병원을 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느냐. 전문병원 제도가 위기에 빠진 시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앞서 안과·이비인후과·산부인과 등의 전문병원들도 "생존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한길안과병원 정규형 이사장은 "정부의 손실 보전 방안에는 안과·이비인후과·산부인과·대장항문 등이 제외됐다. 전체 선택진료비의 20∼25%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안과병원 김용란 병원장도 "진료의 질을 유지하면서 환자를 볼 수 있을 지 막막하다. 진료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버티거나 의료진과 직원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나이비인후과 이상덕 병원장 역시 "국민이 대형병원을 가지 않고 저렴한 비용으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전문병원인데 전문병원이 무너져버리면 국가적 손실이자 국민의 손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적절한 손실 보전대책이 없다면 전문병원 지정을 자진철회하는 것까지 고려한다. 생존을 위해 강력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다.

전문병원계는 제도시행 6개월 후 복지부가 불합리한 측면을 개선하겠다고 밝힌만큼 추이를 지켜보며 의견을 피력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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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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