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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맨' 안경현 불꽃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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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은 지난 연말 11년간 팀의 내야를 지켰던 안경현(사진)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머뭇거렸다. 자유계약선수들이 장기 계약을 하고 나면 약속이나 한 듯 성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33세가 되는 안경현의 나이도 부담이었다.

2001년 주장으로서 팀을 우승시켰고, 지난해에도 안정된 수비력과 준수한 타율(0.288)을 남겼지만 FA 대박을 위해 지나치게 무리했기 때문에 장기계약을 하고 나면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심사숙고 끝에 두산은 결국 4년간 15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2억원, 옵션 2억원)에 계약했다. 15억원이라는 돈 값을 하리라고 기대해서라기보다는 두산의 상징적인 선수를 다른 팀에 넘기지는 말아야 한다는, 다분히 팬들을 의식한 계약이었다. 두산은 지난해 진필중.우즈 등 팀의 간판을 다른 팀으로 넘겨 많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만약 두산이 안경현과 계약하지 않고 포기했더라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안경현은 'FA=부진'의 등식을 깨고 올시즌 시작하자마자 두산의 간판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16일 현재 타격 3위(0.419), 최다안타 7위(13개)로 모두 팀내 최고다.

지나 15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0-1로 뒤지던 4회초 호투하던 송진우를 무너뜨리는 우측 2루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두산은 4회에만 5득점했고 9연패 끝에 감격의 1승을 올렸다. 수비에서도 최근 실책이 많은 김동주 대신 3루수로 나섰다가 2루수 나주환이 교체되자 2루수로 자리를 바꿔가며 내야를 지켰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해 쉬는 날에도 꼭 연습장에 나와 훈련을 하기에 장기계약하면 그만두려니 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쉬지 않고 훈련한다. 다른 선수들이 본받아야 할 모습"이라고 말했다.

하일성 KBS 해설위원은 "9연패하는 동안에도 침체에 빠진 두산 타선을 안경현이 혼자 이끌었다. 안경현 타석에 주자가 있거나 안경현이 선두타자로 나서야 득점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안경현은 "지난 11년간 두산에 있으면서 이보다 더 어려운 때도 다 이겨냈다. 투지와 노련한 경험으로 팀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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