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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 무인도에 흑염소 방목|강원도 춘성군 북산면 대곡리 박대석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내륙의 바다 소양호 한가운데에 있는 무인도에서 흑염소들이 왕국을 이루고있다.
강원도 춘성군 북산면 대곡리 앞 2만여평의 섬에는 흑염소 80여마리가 어떤 침입자의 위협도없이 멋대로 뛰놀고 있는 것이다.
이곳 섬을 흑염소목장으로 활용,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사람은 대곡리 이장인 박대석씨 (42).
74년 버려져 있는 마을 앞 섬에 흑염소 4마리를 내버린 셈치고 방목한 것이 이젠 「휘익-」휘파람만 불어도 80여 마리의 염소가 떼를 지어 몰려오는 염소섬이 됐다.
박씨는 한해 불어나는 새끼만도 보통 20마리가 되어 이를 팔아 연간 1백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박씨가 처음 흑염소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춘성군에서 화전민 정착사업으로 새끼 흑염소 4마리를 마을공동으로 분양 받고부터.
소양「댐」담수로 1백50가구가 대부분 이주하고 8가구 21명의 주민만이 흩어져 사는 마을에 흑염소가 지원되자 한우를 기르던 7가구는 염소에서 노린내가 난다고 키우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할 수 없이 소가 없던 박씨가 떠맡았다. 집 앞에 방목하여 아무렇게나 기른 염소가 2년뒤 10마리로 불어나자 사람 손이 덜 가고 쉽게 크는데 재미를 붙인 박씨는 마침 집에서 5백여m 떨어진 호수가운데 생긴 섬이 어떤 사업가의 다람쥐 사육 실패 후 버려진 것에 착안, 이 섬을 염소목장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섬 안 산중턱 경사지를 깎아 1백여 마리가 잠잘 수 있는 축사를 만들고 본격적인 사육을 시작, 80여마리의 대식구로 불어났다.
사육방법이라고는 봄·여름·가을에는 그냥 방목하고 겨울에 먹을 것이 없어지면 집앞 뜰에 심어둔 옥수수와 소금을 갖다주는 것 뿐이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10일에 한번씩 소금을 뿌려주는 것 외엔 염소들은 완전 야생사육되고 있다.염소들은 싸리잎과 나무뿌리·풀 등 섬 전체에 무진장 널려있는 먹이들을 마음껏 먹고 뛰놀아 별탈도 없었고 산에서 새끼를 낳고 또 스스로 길렀다.
박씨를 비롯. 부인 백효자씨 (37) 등 4가족은 한겨울에는 조각배를 저어 먹이를 날라다주었고 염소들은 보답이라도 하듯 무럭무럭 자랐다.
생후 1년이 지나면 어미가 되는 흑염소들은 1마리에 5만원씩 몸보신용 영양식품으로 팔려나간다.
박씨는 올해부터 대량사육을 위해 암놈은 팔지않고 수놈만 꼴라 말고 암놈 20마리에 수놈 1마리 골로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어린 염소는 가끔 마을주변에 낚시 온 태공들이 보신용으로 요리해달라고도 한다.
섬에는 처음 독사·살무사 등 뱀들이 눈에 띄었으나 염소 때문인지 찾아볼 수 없게됐고 곳곳이 토끼길처럼 염소길이 나있다.
한겨울 몹시 추울 때 섬 속에다 낳은 새끼들을 집에 데려와 부둥켜안고 기르는 것이 조금은 고생이란다.
박씨는 『외로운 작은 마을에 흑염소들이 부를 안겨줄 날도 멀지 않았다』며 희망에 부풀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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