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군대 보낸 의원들도 군 문화개선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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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좌), 김무성 대표 [사진=중앙포토]

“전화가 안 와도 걱정, 오면 더 걱정이다.”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은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의 심정을 한 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이 의원의 아들은 경기도 포천에서 상병으로 근무중이다. 이 의원은 5일 본지 통화에서 “GOP 총기 사고 이틀 뒤 아들한테 전화가 왔길래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정말 깜짝 놀랐다”며 “일주일 정도 전화 안 오면 걱정이되는데 불쑥 전화가 오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군 부대 내 가혹행위로 숨진 윤일병 사건을 계기로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이 의원은 “아들이 군에서 허리를 다쳤는데 휴가도 못 쓴다고 한다. 주변에서 국회의원 아들인 줄 알면 오히려 왕따 시킬까봐 말도 못하고 어디다 부탁 전화 한통 제대로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의원의 아들은 관심병사 보호 역할도 맡고 있다고 한다.

책상을 네 차례나 쾅쾅 내리치며 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호통 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아들도 군 복무를 성실히 마쳤다. 김 대표의 아들은 벽제 화장장에 배치돼 “아버지, 나 정말 딴 데 가고 싶어요”라고 했다가 며칠 뒤 자연스럽게 부대생활에 적응하곤 “그냥 있겠다”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군 문화 개선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나온다. 장남을 군에 보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요즘 아이들은 옛날과 달리 자유분방하게 살다가 군대에 가기 때문에 ‘스페셜 케어’를 해야될 것 같다”며 “휴대폰 뿐 아니라 더 필요한 게 있으면 최대한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홍 의원이 제안한 휴대폰 지급에 관해선 군 조직의 특수성을 들어 비판적인 의견도 많다.

지난해 11월 아들이 군에 입대한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휴대폰 지급은 군 기밀이 유출될 염려도 있으니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대신 일주일에 한번 정도 공중전화나 부대 전화로 부모와 반드시 통화하게 하는 시스템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부모와의 상담채널 활성화도 필요하다”며 “일종의 군 카운셀러가 부모로부터 아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기적으로 아이가 군 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알려주면 부모들의 불안이 크게 덜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도 “하나뿐인 아들이 군에 입대한 지 8개월 됐는데 별일 없으면 연락을 안하는 거겠지 싶다가도 이번 윤 일병 사건 같은 사고가 터지면 불안하다”며 “민간이 참여하는 국방옴부즈만제도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지상·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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